금리인하 국면에서도 가계대출 폭증과 예대마진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쓰고 있는 은행들에 대해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쓴 지적을 내놨다. 다른 업권과 달리 은행의 이익창출에 대해 칭찬이 아닌 비판이 쏟아지는 건 혁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가 이익을 엄청 냈다고 하면 다들 칭찬하지 않냐"며 "그런데 은행은 이익이 많이 나면 뭐라고 한다. 그 차이가 뭘까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조업은 수출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혁신을 하고 그 결과로 이익이 나는데, 그런 의미에서 은행은 과연 혁신을 통한 이익이냐에 대해 문제의식을 던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대출받은 분들이 고금리로 고통 받는데 은행들은 이익을 이렇게 많이 내고 성과급을 주고 이런 행태들에 대해서는 당연히 비판받아야 된다"며 "은행들과 상생이나 혁신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금리 상황에서 은행의 대표적인 '이자장사'로 지적받았던 중도상환수수료는 내년부터 절반 수준으로 내려갈 전망이다. 금융위원회가 주요 시중은행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받아본 결과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은행별로 1.2~1.4%인 수수료가 0.6~0.7%까지 내려갈 여지가 있다는 잠정 결론이 나왔다. 신용대출의 경우 기존 0.6~0.7% 수준의 수수료가 0.4% 내외로 조정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중도상환수수료 인하는) 내년 1월부터 시행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일부 준비가 빨리 되는 은행의 경우 그 이전이라도 시행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10월 가계대출 증가 상황과 관련해서는 추석 연휴가 있었던 9월보다 증가세가 늘긴 했지만 진정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전세대출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을 고려한다는 연초 계획에 대해선 "아직 답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김 위원장은 "실수요자 보호와 전세대출을 포함한 가계대출이 얼마나 늘어나고 있는지, 제어가 어느 정도 필요한 상황인지 등을 감안해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이슈"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다음 달 주요 업무사항으로 김 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 기준 공개와 가상자산위원회 출범, 밸류업 ETF 출시 등의 계획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11월에 간절히 바라는 법안이 있다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라며 "이제는 투자자들의 근심과 불안을 끝낼 수 있도록 국회가 조속히 폐지 결론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