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누가 승리해도 적자 확대…韓금리 인하 '발목'

트럼프 리스크 '선반영'한 채권금리, 이미 빅컷 효과 상쇄
환율 1400원 육박…한은 11월 금리 인하 땐 상승 자극 위험
트럼프 환영하는 비트코인, 1억 돌파…2차전지, 우려 확대

연합뉴스

다음달 5일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접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누가 당선되더라도 재정 확대에 따른 부채 증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높은 금리와 환율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美 '부채 증가' 확실시…금리, 트럼프 우려 선반영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 모두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의 부채는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비영리 재정연구 단체인 CRFB(책임있는 연방 예산위원회)가 추산한 결과 향후 10년 동안 확대할 재정적자 규모가 해리스 후보의 경우 3조 5천억달러(약 4844조원), 트럼프 후보일 때 7조 5천억달러(약 1경 380조원)에 달한다.
 
따라서 미국의 재정 건전성이 악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장은 트럼프 후보의 당선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CRFB는 현재 120%인 GDP(국내총생산)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트럼프 후보 당선시 2035년 142%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지난해 한국의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은 55.2%다.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이 9월 이후 빠르게 상승하면서 시장은 '트럼프 리스크'를 선반영한 모양새다. 부채 확대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로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달 기준금리 빅컷(0.5%p 인하) 이후인 이달 초 3.698%에서 최근 4.295%까지 약 60bp(1bp=0.01%p) 급등했다.
 
여기에 트럼프 후보의 관세 인상 공약도 금리 인상을 부채질하는 요소로 꼽힌다. 트럼프 후보는 10~20%의 일반 관세와 중국에 대한 60%의 관세 적용을 예고했다. 이 정책은 미국의 세수를 늘리지만, 동시에 물가 상승과 생산 감소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1400원 육박한 환율, 한은 금리 인하 '발목'

 
미국 연방준비제도. 연합뉴스

트럼프 후보 당선으로 관세 인상이 현실화하면, 우리나라 경제도 상당한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60% 관세를 부과하면, 우리나라 대중 수출이 6% 이상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 수치는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관세 보복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을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부정적 영향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달러도 강세다. 최근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커지면서 달러가 힘을 받는 측면도 있지만, 채권 금리 상승과 더불어 '트럼프 리스크'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금리는 곧 화폐 가치로, 금리 상승은 화폐 강세로 이어진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 빅컷 이후 1303원까지 하락했지만, 지난 25일 1392.2원까지 올랐다. 일각에서는 '경제 위기 신호'인 1400원대로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상황은 한은이 다음달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데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신영증권 조용구 연구원은 "국내 시장금리는 3분기 GDP 부진으로 금리 인하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기대를 반영했으나, 환율로 인해 11월 연속 인하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25일(현지시간) "달러 환율이 지금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는 굉장히 높게 올라 있고 상승 속도도 크다"며 "지난번(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는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환율도 다시 고려 요인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높은 금리와 환율 기조가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자본시장연구원 황세운 연구위원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클 때 시장에 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나고, 막상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시장이 무덤덤하게 반응하듯이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현재 나타난 국채 금리 상승 현상은 안정화 단계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황 연구위원은 이어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전 환율이 1400원대에서 고점을 보였고, 그때와 비교하면 현재 달러가 더 강세를 보일 뚜렷한 이유가 없기 때문에 1400원 내외가 환율 상승의 고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11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환율 상승 흐름을 가파르게 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지지율↑…가상자산 '맑음' 이차전지 '흐림'

 
연합뉴스

미국 대선 결과가 직격탄이 될 분야는 가상자산과 이차전지가 될 전망이다.
 
가상자산은 트럼프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반기는 모양새다. 비트코인은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거래소 코인베이스 기준 7개월 만에 7만 3천달러를 돌파했다. 옵션 시장에서는 다음달 말 8만달러(1억 1071만원)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란 베팅이 늘고 있다.
 
자상자산 운용사 코인셰어즈는 트럼프 효과로 가상자산 시장에 지난 한 주 간 9억 1천만달러(약 1조 2600억원)가 순유입됐다고 집계했다.
 
비트코인은 29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도 6개월 만에 1억원 고지를 탈환했다.

반면 2차전지 산업은 화석 에너지 선호가 강한 트럼프 후보 당선시 친환경 에너지에 보조금을 주는 IRA(인플레이션방지법) 축소를 걱정한다.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이 최근 발표한 3분기 영업이익은 4483억원이지만, 보조금을 제외하면 17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KRX(한국거래소) 2차전지 TOP10 지수도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약 9% 하락했다.
 
다만 IRA 무산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트럼프 후보의 당선이 2차전지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유진투자증권 한병화 연구원은 "공화당 하원의원 18명과 의장이 IRA 폐지에 이미 반대 의사를 공식화했다"면서 "중국 업체가 혜택을 볼 수 있는 조항을 폐지하는 정도의 수정은 가능하겠지만 IRA를 전면 부정하는 반대 입법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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