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 소비가 확대된 덕분에 최근 약 8년새 소비자 물가가 1.1% 가량 하락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다만 고용에는 악영향을 미치기도 해서 일부 민감한 업종은 온라인 소비 비중이 1%p 오르면 반년 만에 취업자 수가 2만 7천 명이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KDI(한국개발연구원)가 29일 발표한 '온라인 소비 확대가 물가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온라인쇼핑 상품 거래액 비중은 2017년 전체 소매판매액의 14% 수준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 등을 거치며 올해 2/4분기에는 27%로 급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됐던 2020년 온라인 소비 비중이 크게 확대된데다, 이후에도 온라인 소비 증가세가 기존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다만 가구, 서적⋅문구 소비의 절반가량, 의복, 화장품, 가전⋅통신⋅컴퓨터 소비의 1/3 이상이 온라인으로 이루어지는 반면, 승용차 및 관련 용품은 온라인 소비 비중이 5% 미만에 그치는 등 온라인 소비 비중은 상품군별로 차이가 크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온라인 소비 비중이 비교적 낮았던 음식료품의 경우 2017년 온라인 소비 비중이 7.5%에 불과했지만, 올해에는 25.8%로 급등했다.
이에 대해 2017년 1/4분기~2024년 2/4분기 동안 각 상품군의 온라인 소비 비중의 증가세와 상품 물가 상승률 간 관계를 비교한 결과, 특정 상품의 온라인 소비 비중이 1%p 오르면 당해 연도의 물가상승률은 0.07%p 하락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김지연 연구위원은 "2017~24년 기간의 온라인 소비 비중이 14%에서 27%로 증가한 점을 감안할 때, 소비 형태의 온라인 전환이 같은 기간 상품물가를 2.4% 낮춘 것으로 보인다"며 "2017~24년 기간 상품 물가상승폭(19%)의 13% 정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소비자물가 중 상품의 가중치(44.8%)를 적용하면, 실제로 온라인 소비 확대는 2017~24년 기간 동안 소비자물가를 약 1.1% 낮췄을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온라인 소비가 늘어나면 일정 기간 고용이 위축되는 부작용도 관찰됐다.
김 연구위원은 2011년 1/4분기~2024년 2/4분기 동안 온라인 소비와 밀접하게 연관된 도소매업, 숙박·음식점업, 운수·창고업의 취업자 수 증감을 살펴봤다.
그 결과 온라인 소비 확대의 영향은 업종별로 다르지만, 대체로 온라인 소비 비중이 급증한 이후 1~2분기가 지났을 때 고용 변화가 나타났다가 1~2년 후에는 사라졌다.
가장 반응이 컸던 숙박·음식점업의 경우 온라인 소비 비중이 1%p 증가하면 취업자 수 증가폭이 2분기 후 최대 2만 7천 명까지 축소됐고, 상당 기간 유의미한 수준에서 고용 위축 파급효과가 지속됐다.
도소매업의 경우 온라인 소비가 증가한 해당 분기 안에 취업자 수 증가폭이 최대 2만 7천 명까지 곧바로 줄었지만, 비교적 단기간에만 영향을 준 것으로 그쳤다.
반면 택배·물류 등 일자리가 늘어나는 운수·창고업의 경우 해당 분기 안에 취업자 수가 오히려 1만 7천 명 늘어나는 등 단기적으로 고용이 창출되는 효과가 있었다.
종합해서 온라인 소비 비중이 1%p 늘어나면 1년 동안 숙박·음식점업에서는 2만 3천 명, 도소매업에서는 1만 9천 명씩 고용이 감소해 운수·창고업의 증가폭(+8천 명)을 상회했다.
김 연구위원은 "경제 전반적으로는 온라인 소비 비중에 추세를 상회하는 충격이 발생할 경우 고용을 축소시키는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며 "일부 업종에서의 고용 창출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소비 확대가 전체 고용에 상당 기간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음은 단기간 내에 종사자들의 업종 간 이동이 쉽지 않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국표준산업분류의 21개 대분류 산업 중 위의 3개 업종을 제외한 부문의 고용에는 온라인 소비 확대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김 연구위원은 "전자상거래 기술 발전과 온라인 소비 확대로 인한 경쟁 촉진의 결과 발생하고 있는 물가안정 효과가 관련 산업의 독과점화로 저해되지 않도록 시장 여건을 형성해야 한다"며 "노동시장에서는 업종 간 고용조정을 촉발하고 있어 이에 대응한 경제⋅사회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전통적인 도소매업 종사자들의 온라인판로 확대를 지원하는 한편, 전직 사양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재교육을 강화하여 원활한 업종 전환을 도와야 한다"며 "택배·물류 부문의 성장과 함께 특수고용직 등 기존의 취업 형태와 성격이 다른 근로자들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음을 고려하여 보다 실효성 있는 사회안전망 구축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