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과 교원도 유급의 노조 전임자를 둘 수 있는 구체적 기준이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통해 도출됐다. 다만 논의 과정이나 결론에 대한 노동계 반발이 지속돼 제도 정착 때까지 갈등 소지도 없지 않다.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28일 교원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를 열어 민간노조의 49% 수준으로 교원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를 의결했다. 앞서 22일에는 공무원근무시간면제심의위가 공무원 타임오프 한도를 민간노조의 51%로 의결했다.
타임오프는 노조 전임자의 활동을 일정 부분 유급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정당한 노조활동을 보장하는 제도다. 민간기업 노조의 경우 2010년 도입됐고, 현재 조합원수 99명 이하(연간 최대 2천시간 이내)부터 1만5천명 이상(최대 3만6천시간 이내)까지 10개 구간으로 적용된다.
공무원과 교원의 경우 타임오프 대상에서 배제됐다가, 2022년 관련법 개정으로 적용 대상이 됐다. 다만 구체적으로 전임자 근로시간을 얼마나 면제해줄 것이냐를 정리하는 데에는 이날까지 2년이 걸렸다.
김용서 교사노조연맹 위원장은 경사노위 회의장에서 "교원노조도 근로시간면제 제도를 실제 적용받을 수 있게 돼 기쁘다. 오래된 (민간노조 대비) 차별이 해소됐으니 교사노조 운동 역사의 획기적 사건"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경사노위에서 합의된 타임오프 내용은 공무원노조의 경우 조합원수 299명 이하(연간 최대 1천시간 이내)부터 1만5천명(최대 2만8천시간 이내)까지 8개 구간, 교원노조는 조합원수 99명 이하(최대 800시간 이내)부터 3만명 이상(최대 2만5천시간 이내)까지 9개 구간이다.
민간노조에 비해 조합원수에 따른 적용 구간이 덜 세분화돼 있고, 이에 따른 연간 최대 인정시간도 훨씬 작다. 민간노조 대비 교원노조는 49%, 공무원노조는 51% 타임오프가 제공된다는 게 경사노위 설명이다.
'국민 혈세가 지출되는 사안'이라는 점이 반영된 결과다. 공무원노조 타임오프 시행에는 200억원대 중반 수준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교원노조 타임오프 시행에는 이것의 3분의 1 수준의 세금이 투입될 것으로 경사노위는 각각 추산했다.
경사노위는 이번 공무원·교원 타임오프 고시로부터 2년 뒤 실태조사를 실시해, 향후 재심의하기로 했다. 고시는 경사노위 결과를 통보받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하도록 돼 있는데, 법제심사 등 일정을 감안하면 다음달 하순부터 제도 시행이 예상된다.
이번 합의가 노·사·정 사회적 대화의 산물이지만, 모든 노동자들로부터 환영을 받는 것은 아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재야'에서는 총력 투쟁을 선언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노총이냐 아니냐'로 입장 차이가 나타난다. 경사노위에 지난해 복귀한 한국노총은 이번 의결의 주역이었다. 이번 타임오프 의결에 노조 대표 격으로 관여한 교사노조연맹, 공무원노조연맹은 모두 한국노총 산하 조직이다.
반면 의결된 타임오프에 반발하고 있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은 민주노총에 속해 있다. 민주노총은 경사노위에 불참하고 있다. 의결에 반대한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은 양대 노총에 속하지 않은 별개 조직이다.
전교조는 경사노위 의결 직후 "교원 노동자들은 반쪽짜리 타임오프에 합의한 적 없다"고 비판 성명을 냈다. 이대로라면 일부 소규모 시도교육청 단위 교원노조는 타임오프를 40% 미만으로밖에 확보할 수 없다는 게 전교조의 지적이다.
이들은 "이번 교원근면위의 결정은 역사에 길이 남을 반노동‧반헌법적 결정이고,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제87호를 위반한 것"이라며 "전교조는 50만 교원의 정당한 권리를 온전히 쟁취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무원 타임오프 의결에 대해서는 전공노와 공노총이 공동 규탄에 나섰다. 두 노조의 간부들은 경사노위 의결 당일 회의장 앞에서 항의하다 퇴거불응죄 현행범으로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전공노와 공노총은 성명을 통해 "제대로 된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경사노위가 '반쪽짜리 안'을 각본대로 통과시켰다"며 "120만 공무원 노동자 모두를 위해 끝까지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