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오물풍선 부양 등 잇단 도발과 러시아 파병에 따라 한반도 안보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군의 기간(基幹)이 돼야할 장교후보생들이 사라지고 있다.
28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난 5년간 꾸준히 하락세를 보인 육군사관학교의 2차 시험 응시비율이 주목을 받았다.
2024학년도 전체 육사 응시인원은 8916명으로 전년도 대비 1천명 가까이 증가했지만, 2차 응시인원은 오히려 9명 줄어든 780명으로 집계됐다.
2022년(입학년도 기준)까지 40% 내외로 유지된 육사 2차 시험 응시율은 작년엔 22.5%로 크게 떨어졌다. 1차 시험 합격자 5명 중 4명이 입학을 포기한 셈이다.
육군사관학교 학교신문인 육사신보에 따르면 사관학교는 수능 연습삼아 응시하는 지원자를 줄이기 위해 입학전형료를 인상하고, 지원동기서를 제출 받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한 사관학교 전문입시학원 원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사관학교 필기시험 난이도가 수능보다 어렵다"며 "수험생들이 수능을 보기 전 '실전 체험'을 명목으로 많이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직업군인이 되려는 학생들은 없고 사관학교를 보험처럼 합격해 놓은 뒤 타 대학 입시를 진행하는 학생들이 태반"이라고 말했다.
사관학교 생활 중 자퇴하는 생도의 숫자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이 국방부와 육·해·공군사관학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육·해·공군 사관학교를 자퇴한 생도는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489명에 달한다. 이들 중 대다수가 '진로 변경'을 이유로 자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사 기준 장교 1명 당 2억 7천만원의 양성비용이 들지만 생도들은 아무런 불이익 없이 자퇴가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중도 자퇴할 경우 양성비용을 환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경찰대학의 경우 의무복무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대학 재학시 받은 등록금 등을 반환해야 한다.
다른 장교 양성소인 3사관학교, ROTC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3사관학교는 지난 25일 예정됐던 최종합격자 발표를 잠정 연기했다.
작년 550명을 목표로 61기 지원자를 받았던 3사관학교는 최종적으로 369명이 입학하면서 70%의 충원율을 보였다. 올해 역시 2차 시험 합격자 수가 370명으로 발표돼 비슷한 수의 합격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최종합격자 발표 전날인 24일 3사관학교 지원자들은 학교 측으로부터 "발표를 잠정적으로 연기한다"며 "추후 공지를 기다려달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3사관학교 지원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연기 이유가 대충 보인다"며 "작년처럼 미달로 진행하기엔 인원이 너무 적고 (조건에) 불충족하는 애들을 합격시키는 건 애매해서 (그런 것 같다)"고 썼다.
3사관학교 입학처는 잠정연기 사유를 묻는 CBS노컷뉴스의 취재에 답변하지 않았다.
ROTC의 경우 모집 과정에 많은 변화를 줬지만 의미 있는 결과를 내지 못했다.
ROTC는 매년 가장 많은 육군장교를 배출하는 제도로 1년에 한번씩 진행하던 모집을 전·후반기 2번에 걸쳐 모집하고, 1차 필기시험을 대학 성적으로 대체하는 등 적극적으로 모집방법을 개선했다.
이에 올해 전반기 지원율은 지난해(1.5대1) 대비 소폭 오른 1.7대1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108곳에서 운영되는 ROTC 중 정원이 미달된 학교가 81곳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는 ROTC 지원율을 늘리기 위해 장교후보생들에게 2018년 기준 200만원씩 지급하던 단기복무장려금을 1200만원으로 올리고, 학교생활지원금을 명목으로 자기계발비도 지원하는 등의 정책을 도입했다.
반면 최근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초급간부 처우개선 예산안 12건은 전년 2814억 대비 올해 2673억으로 삭감됐다. 항목 중 '부사관 대상 단기복무장려수당', '간부훈련급식비'에서 총 141억원이 삭감됐고 '초급간부 성과상여금 기준호봉 상향, 하사 호봉승급액 인상' 등의 안은 반영되지 않았다.
강원도의 한 부대서 복무하는 육군간부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병장 월급 200만원 시대가 다가오는데 간부들의 처우는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육군간부들은 계속 줄어들 것"이라고 낙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