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에 발 묶인 배터리 시장, ESS에 기대거나[기후로운 경제생활]

■ 방송 : 유튜브 실컷 '기후로운 경제생활'
■ 진행 :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대담 : 최서윤 CBS 경제부 기자



◆ 홍종호> 기후의 눈으로 경제를 읽다. CBS 기후로운 경제생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홍종호입니다. 한 주 동안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기후 현안 전해드리는 주간 기후 브리핑 시간입니다. 오늘도 CBS 경제부 최서윤 기자 나와 계세요. 안녕하세요.

◇ 최서윤> 안녕하세요. 이번 주에도 두 가지 소식 준비했습니다.

◆ 홍종호> 첫 번째 소식은 우리 기업들 특히 배터리 기업들과 관련이 깊은 소식이라면서요.

◇ 최서윤> 그렇습니다. "전기차 캐즘에 발 묶인 배터리 시장, ESS에 기대거나?"

아무래도 2차전지 산업에 많이들 관심 갖고 계시잖아요. 지금 전기차가 캐즘으로 살짝 위축되긴 했는데, 업계에서 대안으로 부상한 게 ESS라서 이야기 해드리려고요. 일단 SK그룹 이야기로 시작해볼게요. 최근 소식이 나와서요. 최태원 회장이 10월 23일부터, 중동의 부국이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출장에 나섰습니다. 주요 의제가 원유 인공지능 사업 협력 방안인데 이 중에 ESS도 들어있다고 합니다.

◆ 홍종호> ESS가 언론에 많이 나오기는 하지만, 혹시 모르시는 분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설명드리면 에너지 스토리지 시스템(Energy Storage System), 즉 에너지 저장 장치 아니겠어요. 재생에너지가 중요해지면서, 특히 태양광 같은 경우는 밤에는 안 돌아가고 한참 해가 좋으면 많이 돌아가고 전기가 남아돌 수도 있기 때문에 남아돌 때 저장해서 필요할 때 쓰자. 저축해 두는 장치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죠. 기업들도 재생에너지 시장이 확대되니까 여기에 투자를 많이 했죠.

◇ 최서윤> 맞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재생에너지 발전이 상용화되려면 당연히 ESS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기업들도 많이 투자를 했었고요. 해외 정부도 보면 투자를 많이 하고 있어요. 사우디 정부는 사우디가 대표적인 산유국이잖아요. 그런데 2030년까지 전력의 50%를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바꾸겠다고 선언을 한 적 있습니다.

◆ 홍종호> 맞습니다.

◇ 최서윤> 친환경 전력 기반을 뒷받침하려면 ESS가 필수적이니까 전체 도시의 전력 공급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차지할 거라고 예측하고 우리 기업들도 관심을 갖는 것 같아요. 그래서 SK그룹이 사우디 정부하고 대규모 ESS 공급 협의를 해왔다고 해요.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올 초에 설립한 '알라트'라는, 첨단 산업에 투자하는 회사래요. 여기에서 ESS 협력 관련해서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인 걸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사우디에서 네옴시티 사업 7년째 표류 중이라는 시각이 있잖아요. 그래서 전망은 더 지켜봐야 될 것 같고요. 일단은 고무적인 소식인 것 같아서 가져와 봤습니다.


◆ 홍종호> 2010년대 후반까지는 ESS에 정부가 지원도 많이 해줬고 투자를 하다가 화재 보도가 많이 이뤄졌어요. 그래서 이쪽 산업이 많이 침체 됐는데 다시 우리나라 기업들이 ESS에 더 적극 진출하고자 하는 모습들이 보인다고 볼 수 있을까요?

◇ 최서윤> 네 그렇게 보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LG에너지솔루션이랑 삼성SDI한테 어떻게 보면 ESS는 아픈 손가락이라고 할 수가 있어요. 2017년에 두 기업이 원래 글로벌 ESS 시장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을 하고 주목받았는데 자꾸 화재가 나니까 사업 우선순위에서 밀리고요. 그러는 사이에 중국의 배터리 업체들이 자리를 차지해 가고 있는 양상이죠.

◆ 홍종호> 저희 방송에서도 과거에 중국 배터리의 엄청난 경쟁력 얘기를 했었지만 자동차 배터리와 ESS, 다 배터리 기반 아니겠어요? 이런 것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지원, 자체적인 아주 냉혹한 경쟁 이런 걸 통해서 가격 경쟁력, 기술 경쟁력을 상당히 확보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우리가 선발주자였는데 한국 기업들이 여기의 후발주자가 된 것 같은 상황으로 보입니다.

◇ 최서윤> 네. CATL, BYD 같은 기업들이 선두에 있고요. 작년에 ESS 시장에 상위 10개 기업을 꼽아보니까 중국 기업이 8개예요. 점유율이 86%입니다.

◆ 홍종호> 맞습니다.

◇ 최서윤> 벌써 이렇게 됐고요. 이게 특징이 있어요. 중국 같은 경우에는 리튬이나 코발트와 같은 배터리 핵심 광물, 양극재·음극재와 같은 핵심 소재까지 다 꽉 잡고 있기 때문에 더 경쟁력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특히 ESS가 가격 경쟁력이 되게 중요하다고 해요. 근데 원래 우리나라 기업들이 잘했던 게 삼원계 배터리-니켈, 코발트, 망간을 사용하는 NCM 배터리인데요. 이것보다 중국에서 해온 리튬 인산철을 사용하는 LFP 배터리가 30%에서 많게는 50%까지 가격이 저렴합니다. 그러다보니 어느덧 중국 내수 시장부터 해서 세계 시장까지 점점 중국이 차지하게 된 거죠.

근데 최근에 미국을 중심으로 ESS 수요가 폭발하고 있습니다. 태양광 패널도 배터리 가격도 다 떨어지다 보니까, 태양광 설치 대수가 늘어나면서 ESS 수요가 굉장히 늘어나고 있대요. 그러다 보니까 국내 배터리 3사도 여기에 참여를 하고 있고 뒤늦게나마 LFP ESS, 중국과 똑같은 리튬 인산철을 사용하는 ESS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래서 LG에너지솔루션 같은 경우에는 이미 작년에 ESS용 LFP 배터리 양산을 시작을 했어요. 그리고 삼성SDI는 2026년부터 생산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아무래도 지금 전기차가 얼리 어답터들이 먼저 많이 사용을 하고 대중적으로 상용화되려면 약간 시간이 걸리는데, 지금 이 '캐즘'이라고 하는 상황이 언제 끝날지는 알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그동안의 성장세가 주춤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다른 성장 동력을 찾아야 되는 상황이라서 사활을 건 투자에 나선 걸로 보입니다.

◆ 홍종호> 결국 이런 것이 태양광 발전기의 대폭적인 증가, 전 세계적으로 3년의 법칙이 적용될 정도로 3년 만에 전 세계에 태양광 발전 설비의 2배가 증가한다라는 어마어마할 정도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거기에 따라서 파생되는 수요가 바로 ESS 시장 아니겠어요? 그러다 보니 이 시장도 굉장히 성장률이 높은 시장이 된 거죠. 결국 원리는 다 자동차 배터리와 같기 때문에 문제는 ESS가 화재가 나면 어마어마하게 큰 규모로 투자가 되고 규모가 크기 때문에 피해가 크잖아요. 그러다 보니 화재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인산철 배터리 쪽에 더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고 우리 기업들도 이쪽으로 투자를 해야 되겠다 이런 의사결정을 하지 않나 싶어요.

◇ 최서윤> 네. 기업들 상황을 더 말씀 드리면 SK 같은 경우에는 배터리 셀 제조하던 계열사 SK온이 ESS 사업을 진행 중이고요. 또 최근에 SK이노베이션과의 합병으로 SK E&S도 작년에 미국 현지 ESS 기업을 인수하면서 북미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고요. LG에너지솔루션도 전기차 사업 비중을 조금 낮추고 ESS로 북미 시장을 집중 공략하는 것으로 보이고요. 비전을 보자면은 현지에서 생산 역량을 최적화하겠다며 현지화를 추구하는 것 같아요. 실제로 최근에 LG에너지솔루션 3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상위했어요. 근데 그 배경에 북미의 ESS 매출 증가가 있었다고 분석되고 있고요. 앞으로도 ESS 수요가 상당히 건재하다고 보고 있는 걸로 알려져요.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가 발행한 글로벌 ESS 시장 전망 보고서 보면 올해 규모가 400억 달러, 약 53조 원 정도 되는데요. 작년보다 14% 증가한 거거든요. 10년 뒤, 2035년 기준이 되면은 800억 달러, 그러니까 2배죠. 약 106조 원에 이를 거로 예상이 돼요. 매년 10.8%씩 증가하는 걸로 예측이 되고 있습니다.

◆ 홍종호> 최 기자께서는 미국 대선이 얼마 안 남았는데 만약에 화석연료 좋아하는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고 하면요. 태양광 설비가 계속 증가하고 그에 따라 ESS도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은 어떻게 고칠 생각이 있으세요? 아니면 그대로 갈 거라고 보세요?


◇ 최서윤> 이게 이미 투자가 들어갔잖아요. 우리 기업들도 이미 거기서 공장을 짓고 있기 때문에, 별개로 가기보다는 같이 가야 된다고 생각을 해야 되지 않을까요? 이미 투자했는데 그거를 굳이 뒤집지는 않을 것 같고요. 경제나 안보나 이런 면에서도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홍종호> 맞아요. 이런 이슈가 전형적인 정치경제학적인 관점으로 봐야 될 것 같은데요. 재미있는 건 배터리나 이른바 기후 관련 청정 산업들, 배터리나 전기차나 이런 쪽이 미국의 땅값 싼 남부 쪽에 많이 투자가 되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쪽이 다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레드 스테이트잖아요. 이쪽의 정치인들이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함부로 이거 건드리려고 하지 마라. 여기 지금 우리 괜찮다. 일자리 만들어지고 있다. 이런 식의 얘기들을 할 것을 예상하고 있어요.

재생에너지의 확대 이런 거는 기후 문제를 완화시키는 것을 넘어서서 성장과 일자리의 선순환 구조다. 해외 기업들이 와서 투자하고 있다. 우리 지역에 일자리 만들어주고 있다. 이런 식의 논리를 펼 수 있는 거기 때문에, 아마 트럼프조차도 아무리 화석연료를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쉽게 기존에 선투자된 그리고 앞으로 투자가 이루어질 ESS 분야를 무시하기는 힘들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러운 예측을 해보고요. 투자가 이루어지면 지속적으로 규모의 경제가 생기면서 가격도 계속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산업적인 파급 효과가 상당히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그런데 한번 화재 나면 그 엄청난 규모의 ESS 다 한꺼번에 날아가는 거 아니냐. 이런 식의 걱정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 최서윤> 맞습니다. 최근 패턴을 보면 2021년부터 올해까지 25건 정도에 관련해서 화재가 발생을 했어요. ESS는 전기차 화재보다도 조금 더 위기감이 있는 게 배터리 셀이 한 적게는 수천 개 많게는 수십만 개까지 들어가는 거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한 번 화재 발생하면 진압하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합니다.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게 관건이기 때문에 기업들도 투자를 많이 기울이고 있고요. 삼성SDI 같은 경우에는 배터리 박스 내부에 화재가 나면 바로 소화 약재를 분사를 해서 화재를 조기 진압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하고요. 그다음에 한화랑 SK는 액침 냉각이라고 해서 배터리 모듈 안에 절연액을 아예 채워놓고 화재를 그냥 원천 차단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 홍종호> 하여튼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런 배터리 분야에서 그래도 경쟁력을 축적해 왔기 때문에, 앞으로 태양광 시대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태양광 설비가 급격하게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기도 하고요. 여기에 맞춰서 수요가 따라올 ESS에 대해서도 끊임없는 기술 혁신, 특히 화재 안전성이라든지 이런 쪽에 생각을 하면 앞으로 새로운 투자 기회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우리나라 안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보게 되네요.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