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군 시설 불안" 미 55보급창 화재로 이전 요구 재점화

25일 미55보급창서 난 불, 완진…19시간 만
"안전·환경오염 우려 커져" 주민 불안 고조
지역 정치권 "도심에 그대로 둬선 안 돼" 이전 촉구

24일 부산 동구 미55보급창에서 난 불로 시커먼 연기가 솟구치고 있다. 독자 제공

부산 미군시설인 55보급창에서 원인이 확인되지 않은 불이 나면서 지역에서는 환경오염 문제와 인명 사고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당장 시설 이전 촉구 목소리까지 나오는 등 55보급창 이전을 둘러싼 오랜 갈등이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미55보급창 화재 발생 다음 날인 25일 부산 동구 범일동 일대에서는 화재로 인한 연기와 분진 등으로 피해를 겪었다는 목소리가 빗발쳤다.
 
전날 오후 6시 30분쯤 55보급창 내 창고시설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는 소방당국의 밤샘 진화작업으로 19시간 만인 이날 오후 1시 35분쯤 완진됐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창문을 닫았음에도 집안으로 연기가 들어차 눈이 매웠다", "화재 진압 상황을 지켜보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는 등 불편을 겪었다며 호소했다.
 
인근 아파트 주민인 김송낙(74·남)씨는 "창문을 다 닫고 있었지만 아침이 되니 목이 칼칼했다. 이곳은 대단지 아파트 등 주거지가 밀집한 지역이고 40층 이상 고층에 살고 있다 보니 더욱 불안하다"며 "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이전 계획도 지지부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 중개업자 박모(50대·여)씨는 "계속 물을 들이붓는데도 불이 안 꺼지니까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는 '부대 안에 어떤 물자가 있는지도 모르는데 불안하다'며 격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며 "고층에서는 군인들 체조하는 것까지 훤히 내려다보이는데 군사 시설로의 역할도 못한다"고 말했다.
 
55보급창은 주한미군지위협정에 근거한 군사보안시설이다 보니 완진 이후에도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조사 권한이 있는 미군은 부산소방재난본부와 합동으로 화인을 조사한다면서도 결과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 동구 미55보급창. 김혜민 기자
 
최근 55보급창 주변에서 오염토가 검출된 데다 대규모 화재까지 발생하면서 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전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부산 동구의회 김미연 부의장은 "보급창 인근 토양에서 계속해서 기준치를 넘는 중금속이 검출돼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은 상황에서 대형 화재까지 발생했다"며 "부산시 등 지자체에서 하루빨리 주민들의 불만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구의회 이희자 의원도 "55보급창은 일종의 치외법권 지역이라 경찰이나 지자체의 출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화재 관련 안전규정이 지켜지고 있는지는 알 턱이 없다"면서 "그럼에도 화재로 인한 연기와 분진 등 피해는 지역 주민들이 보고 있다. 주민들에게 더 큰 피해를 끼치기 전에 이전 장소 등 대안을 찾아야 한다. 도심에 그대로 머물러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일제강점기 말 조성된 55보급창은 1950년 이래 부산항으로 반입되는 미군 군수물자를 전국의 미군 부대로 보급하는 역할을 해왔다.
 
특히 55보급창이 2030세계박람회 예정지 인근에 있어 이전 계획이 논의되며 지역 간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가 실패하면서 이전 시급성이 낮아진 상황이다.
 
시는 현재 55보급창을 남구 신선대부두 준설토 투기장으로 이전하는 안이 적합한지 따져보는 타당성 검토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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