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정 원장 "제주케어하우스, 모두가 행복한 삶터가 목표"

<로드인터뷰_사람꽃>
장애인거주시설, 제주케어하우스 이미정 원장
'제주케어하우스', 개인의 존엄함을 인정받는 공간 되길
입주인이 행복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
정부나 제주도가 돌봄 인력 확보에 노력해 주길

본인 제공

■ 방송 : CBS 라디오 <로드인터뷰_사람꽃> FM 제주시 93.3MHz, 서귀포 90.9MHz
■ 방송일시 : 2024년 10월 19일(토) 오후 5시 30분
■ 대담자 : 제주케어하우스 이미정 원장(제주제일교회 성도)

삶이 아름다운 크리스천을 만나는 시간, 로드인터뷰 사람꽃. 오늘은 장애인 거주시설인 제주케어하우스의 이미정 원장을 제주CBS 김영미 PD가 만나봅니다.  

◇김영미> 제주케어하우스 소개를 해주세요.

◆이미정> 여기는 장애인복지법에 의해서 만들어진 장애인 거주시설입니다. 중증장애인 30명이 24시간 365일 살아가는 집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김영미> 입주 요건은 어떻게 됩니까.
 
◆이미정> 뇌병변, 지체 중증장애인이 대상입니다. 시설입소를 위해서는 제주시청에 대기자로 등록되어야 합니다. 우리 시설에 빈자리가 생겼을 때 제주시 대기자 중에 의뢰가 옵니다.

시설은 장애인 당사자 및 가족 상담과 예비 입주 등을 통해 우리 시설에 함께 거주할 수 있는지 꼼꼼하게 살펴보고 입소위원회 회의 등의 입주 절차를 거친 후 입주하게 됩니다.  

여기도 작은 사회라서 여러 가지 갈등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기왕이면 장애인 분들이 지역 내에서 살 수 있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공간에서 직원들의 지원을 받으면서 살아가는 주거의 한 형태라고 생각됩니다.  

◇김영미> 이곳에 근무한 지는 얼마나 됐습니까.  

◆이미정> 2020년 5월에 제주케어하우스에서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그전에는 장애인협회, 복지관, 협의체 등에서 근무를 했어요. 저는 20대에 장애인 분야로 사회복지를 처음 시작했습니다.

제주케어하우스에 와보니 장애인 단체에서 근무하면서 만났던 분이 이곳에 입소해 계셨고, 장애인복지관에서 주간보호를 이용했던 분이 또 입주해 계셨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입주하신 분도 저의 20대를 기억하는 분이라 '사람의 인연이 이렇게 만나지는구나' 하는 반가움과 놀라움이 있었습니다.

◇김영미> 현장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장애인 분들이 필요한 것들을 더 잘 볼 수 있겠네요.

◆이미정> 저는 상황에 대해서 좋은 쪽을 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일하면서도 힘들 때는 제가 하는 힐링 방법이 있습니다. 거꾸로 생각하기, 긍정적으로 바라보기, 서두르지 않기인데요. 예전에 일했던 장애인복지관 같은 곳은 목표량이 정해져 있었지만 지금은 거주시설이라서 목표를 정해서 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최대한 입주인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무엇을 먹더라도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들을 많이 주려고 합니다. 그분들이 볼 때 저희 직원들은 거드는 사람이거든요.
 
그렇게 하면서 장애인 분들이 조금 더 주체적으로 섰을 때 행복해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게 보람입니다. 그리고 저는 직원들에게 친절을 제일 강조합니다.

매주 월요일 아침에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하자'등 10가지 '우리들의 다짐'을 하고 매일 서로를 응원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습니다. 다짐과 구호는 직원들이 만들었습니다. 이런 시간들을 통해 서로 다짐하고 친절로 인해서 직원들과 입주인들과 제주케어하우스의 분위기가 밝아지길 원합니다.  

◇김영미> 어려운 점은 없습니까.  

◆이미정> 전체적으로 사회가 지금 불안한 가운데 사회복지 현장은 더 불안합니다. 인력채용에 대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거주시설은 24시간 근무 돌봄을 위한 교대 근무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필수 돌봄 인력이어서 직원 채용이 반드시 되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젊은 청년들이 돌봄 인력을 선호하지 않아 채용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원장의 책임감으로 직원들에게 직원처우라도 좀 더 해주고 싶지만 보조금에 의해 운영되고 다른 예산이 없어 마음만 갖고 있습니다. 재정적인 문제로 한계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정책적으로 정부나 제주도가 돌봄 인력 확보에 노력을 함께 기울여주기를 원합니다. 그래야 시설에 입주하신 장애인 분들에게도 좋은 서비스가 이뤄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김영미> 원장님은 사회복지나 장애인 복지와 관련한 일을 하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습니까.
 
◆이미정> 제가 우연히 친구와 20대 초반에 봉사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처음은 장애인 가정에 학습지원 활동을 했습니다. 이후에는 장애인협회에서 봉사활동을 했습니다.  한 번은 장애인협회에서 야외 캠프를 갔는데요. 그때 그곳에 계신 분들이 너무 좋아해 주시고 칭찬도 많이 해 주셔서 정말 기뻤습니다.
 
그렇게 봉사를 하면서 시간이 지나고 사회복지 공부를 하면서 제가 좋아하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사회복지 가운데서도 장애인 복지, 장애인 분들을 만나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 길로 오게 됐습니다.
 
◇김영미> 크리스천의 마음이 사회복지 현장에 어떻게 담기는지 궁금합니다.
 
◆이미정> 제가 원래는 학창 시절에 교회를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20살 이후에 고향을 떠나면서 교회를 안 다녔어요. 하지만 교회에 다녔던 게 늘 남아 있더라고요.
 
그런 와중에 제주케어하우스에 왔는데요. 제주성안교회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와서 예배를 드려주시고요. 성탄절이나 생일 때는 선물을 챙겨 오시는데. 입주인 한 분 한 분에게 다 맞는 선물을 챙겨주시는 거예요. 뭉클한 일들이죠. 일 년에 한 번은 류정길 목사님과 이태옥 전도사님, 수요일 예배 오는 팀들이 우리 입주인과 직원 전부를 좋은 호텔에서 점심 식사를 대접해 주십니다.
 
우리 시설은 휠체어를 탄 입주인들이 대부분인데, 이분들 다 모시고 뷔페에서 식사 대접해 주시는 모습에 제가 은혜가 되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요일 예배 시간에 우리 입주인 한 분이 주기도문 낭독을 하시는데. 그 목소리가 제게 울림을 줬습니다. 그래서 교회를 떠나 있던 제가 출근하면 찬양을 틀어놓게 됐습니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원장으로 너무 어려움이 크니까 기도를 드릴 수밖에 없었고요. 이런 경험들을 통해 크리스천의 마음, 섬김의 마음이 더 커진 것 같습니다.

제주성안교회와 함께 하는 수요예배 시간. 이미정 원장 제공

◇김영미> 일주일에 한 번 자발적으로 오는 분들이 예배 시간에 참석하잖아요. 느껴지는 변화가 있습니까.

 ◆이미정> 편견일 수도 있지만 제주도 남자의 무뚝뚝함이 있는 분이 계시는데, 그분이 어느 날 예배 시간에 참석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교회에 안 다니니까 예배에 참석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하지만 참석하고 나서는 얼굴 표정도 밝아지고 그 시간에 위로받고, 이제는 먼저 와서 준비하는 모습이 보여서 저도 너무 행복합니다.
 
수요 예배 시간은 제가 볼 때 최고의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제주케어하우스에서 이뤄지는 외부 사람이 와서 하는 프로그램 중에는 제일 좋아하고, 은혜받고, 감사하는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는 제주성안교회에서 오는 분들과 입주인들이 서로 안부를 나누면서 챙기는 관계가 됐습니다.

◇김영미> 장애인에 대한 시선이 90년대 초 사회복지 일을 할 때와 비교하면 많이 달라졌죠.

◆이미정> 아주 많이 달라졌죠. 법에 의해서 제도가 많이 바뀌기도 했고 지원을 하는 기관도 많이 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외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아쉽습니다.
 
장애인 거주시설이 건강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들여다봐 주시고, 지역의 일원으로 우리 동네에 이렇게 식구 많은 집이 있다는 사실을 좋게 봐주셨으면 합니다. 동네에 잔치가 있다면 불러주셔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곳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제가 가끔 여쭤봐요. 여기 말고 나가서 사시면 어떠냐고요. 하지만 다들 여기서 살겠다고 합니다. 그런 걸 보면 저는 이분들이 더 지역과 어우러지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이 합니다. 지역 주민들도 따뜻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제주문화예술재단 지원, 창작문화예술활동 행복더하기+글여행 외부활동 모습. 이미정 원장 제공

◇김영미> 가족들은 엄마의 활동에 대해서 어떻게 응원해주고 있습니까.

◆이미정> 저와 남편, 그리고 자녀 2명 모두 사회복지사가족입니다. 하지만 제가 90년대부터 한 사회복지를 바라보는 시각과 현재 20대가 바라보는 사회복지 시각은 많이 변했습니다. 더 당차고 예리한 눈빛으로 현장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원장으로서 책임자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가끔 물어봅니다.
 
느낀 건, 20대에 대한 편견을 없애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본보기를 잘 보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다행히도 저희 가족은 모두 긍정적이라, 서로가 서로를 멋지다, 잘한다, 칭찬을 많이 해줍니다. 물론 저에 대해서도 자랑스럽다고 해주고 있습니다. 저에게는 늘 든든한 가족입니다.
 
◇김영미> 제주케어하우스의 모든 가족들한테도 하고 싶은 말씀 남겨주세요.

◆이미정> 여기 좁은 공간에서 불편한데도 서로를 챙기며 잘 지내주시는 입주인들에게 매일 아침 감사인사를 합니다. 그리고 추운 겨울이나 태풍이 불 때도 주방 선생님들은 퇴근하지 않고 주무시면서 따뜻한 식사를 준비하십니다. 이런 선생님들이 있어 우리 가족 밥상이 행복합니다.
 
24시간 생활관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도 다른 직원들이 못 오면 그걸 다 채워주십니다. 병가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일을 다 하려고 하는 분들 보면 너무 감사합니다.

동료들 간에 잘 챙기고 서로 보살피는 모습에 감동을 받고요. 제주케어하우스가 무탈하게 돌봄의 공백 없이 잘 지내왔던 건 항상 그 자리를 지켜주시는 분들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분들에게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김영미> 제주케어하우스에 대한 바람이 있을까요.

◆이미정> 우리는 존엄한 삶이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서 여기 계신 분들이 개인 개인의 존엄함을 인정받을 수 있는 곳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건 우리 입주인도 마찬가지고 근무하는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의 일들이 의미 있는 일들이거든요. 의미 있는 일이 서로 간의 행복을 만들어 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시설의 미션은 모두가 함께 하는 행복한 삶터인데요. 입주인, 근무하는 종사자, 모두가 같이 행복한 삶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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