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SK하이닉스 "HBM 내년에 가격 더 오를 것"

"2025년 고객별 물량, 가격협의 대부분 완료…내년 물량 완판"
"레거시 공정 전환해 늘어나는 HBM 수요에 최대한 빠르게 대응"
"레거시 제품도 中후발주자와 격차 커…DDR5 등 고부가 제품에 집중"


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 둔화 우려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일축하며 "내년 HBM 물량은 완판됐고, 수요는 예상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늘어나는 고객 수요에 대응해 레거시(범용제품) 공정을 첨단 제품 생산 공정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차세대 제품 개발을 위한 R&D(연구개발) 등에 투자를 이어갈 방침이다.

"공급보다 강한 수요…내년 HBM 평균 가격, 올해보다 오를 것"

SK하이닉스는 이날 올해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앞으로는 컴퓨팅 파워 요구량이 더 늘어나고 계산 재원이 더 많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현시점에서 AI 칩 수요 둔화 등을 이야기하기에는 시기상조"라며 이같이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7조300억원을 기록하며 반도체 슈퍼 호황기였던 2018년 3분기(영업이익 6조4724억원) 기록을 6년 만에 다시 썼다. 매출 역시 작년 동기 대비 93.8% 증가한 17조5731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HBM 매출이 전 분기 대비 7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330% 이상 증가하며 실적 성장세를 견인했다.

SK하이닉스는 "D램 내 HBM 매출 비중이 3분기 30%로 확대됐으며 4분기에는 4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3분기 HBM3E 출하량은 (4세대인) HBM3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어 "4분기에는 예정대로 HBM3E 12단 제품의 출하를 시작해 내년 상반기 중 12단 제품 비중이 전체 HBM3E 출하량의 절반 이상으로 증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HBM은 일반 D램과 달리 장기 계약 구조로 내년 고객별 물량과 가격 협의가 대부분 완료돼 수요 측면에서 가시성이 매우 높다"며 HBM3E 판매 증가로 내년에는 평균 HBM 가격이 전년 대비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특히 "HBM 신제품 기술에 필요한 난도는 증가하고 있고 수율 로스, 고객 인증 여부 등과 같은 여러 요인을 감안하면 메모리 업계가 고객이 요구하는 제품을 충분히 적기에 공급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며 HBM 시장 지배력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양산하기 시작한 HBM3E 12단 신제품. 연합뉴스

'中공급증가' 범용 제품 줄이고 DDR5, eSSD 등 고부가 제품 집중  

HBM과 함께 매출 견인에 한 몫을 한 eSSD에 대한 주도권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eSSD는 3분기 낸드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호실적에 기여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60TB(테라바이트) 제품을 업계에서 유일하게 대량 공급하고 있고, 122TB 제품도 내년 상반기 공급을 목표로 인증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238단 기술을 적용해 PCle 5세대 eSSD 제품인 'PEB110'을 개발하기도 했다.

올해 수요가 둔화하는 DDR4와 LPDDR4의 생산을 축소하는 대신 HBM과 DDR5, LPDDR5 생산 확대를 위해 필요한 선단 공정 전환을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수익성 우선과 투자 최적화 방침을 중심에 두고 경쟁 우위를 가진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낸드 사업은 외형적인 성장에 집중하기보다 수익성 우선과 투자 최적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내년에도 HBM과 DDR5, LPDDR5, eSSD 등 수요가 확실한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도록 선단 공정으로의 전환 투자 중심으로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 메모리 업체가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D램 시장에서 추격의 속도를 높이는 것에 대해서는 "중국 메모리 공급사의 공급 증가로 DDR4, LPDDR4 시장은 경쟁 강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시장은 이미 DDR5, LPDDR5로 크로스오버(방향전환)가 이뤄지고 있고 후발 업체들은 기술력과 제품력 측면에서 여전히 기존 업체들과 큰 격차가 있다"며 "레거시 제품은 빠르게 축소하고 DDR5와 LPDDR5 등 고부가가치 제품에 선택과 집중하며 더욱 빠른 속도를 구현하는 제품 개발을 통해 후발 업체와의 격차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내년 인프라 투자, 올해보다 소폭 증가…수요 맞춰 조정"

연합뉴스

내년 인프라 투자도 수요에 맞춰 소폭 조정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투자 규모는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한 HBM 수요에 대응해 연초 계획보다 다소 증가한 10조원대 중후반을 예상하고 내년 투자 규모는 확정되진 않았지만 이미 고객과 공급 계약으로 수요가 확보된 제품에 대한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레거시 제품을 줄이는 대신 선단 공정 확대를 위한 투자, M15X와 용인클러스터 1기 팹(fab·반도체 생산공장) 투자 등으로 내년 인프라 투자는 올해보다 증가할 전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먼저 완공되는 M15X의 D램 생산 기여 시점은 2026년으로 예상된다"며 "수요에 맞춰 신규 팹의 양산 시기와 규모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낸드에 대해서는 업계 재고가 성장수준으로 회복되고 본격적인 수요 개선이 가시화될 때까지 보수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대만 파운드리 업체(반도체 위탁생산)인 TSMC와의 협력도 강화한다. "HBM4(6세대 HBM 제품)에서는 IO(입출력 단자) 개수가 2배로 늘어나고, 저전력 성능을 위해서 새로운 스킨이 적용되고, 처음으로 로직 파운드리를 활용하는 등 기술적으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며 "기존의 테스트 범위를 넘어서 훨씬 더 (파운드리 업체와) 깊이 있는 기술 교류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서 당사와 파운드리 파트너사 간 원팀 체계를 구축해서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HBM 칩 구조상 셀 영역에 해당하는 면적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칩 사이즈를 줄이는 것에 대한 베네핏이 제한 적인데 이미 안정성과 양산성이 검증된 1b나노, 어드밴스드 MR-MUF 기술을 적용해 준비 중"이라며 "예정대로 2025년 하반기 고객 출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MR-MUF 기술은 SK하이닉스가 HBM 제작에 사용하는 기술이다. 최근 도입한 어드밴스드(Advanced) MR-MUF는 MR-MUF의 장점을 그대로 유지하는 가운데 신규 보호재를 적용해 방열 특성을 10% 더 개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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