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95)가 일본 피고 기업 대신 한국 기업 등의 민간 기여로 배상금을 받는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을 수용하면서,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경위 파악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23일 입장을 내 "양 할머니가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으로부터 대법원의 강제징용 확정판결에 따른 수억 원의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받은 것을 가족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양 할머니는 그동안 정부의 제3자 변제안에 대해 줄곧 반대 입장을 보였지만 최근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시민모임은 "양 할머니 가족이 양 할머니가 제3자 변제안을 수용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이후 해당 사실이 맞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가족은 할머니의 뜻을 따라 제3자 변제안을 수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양 할머니는 현재 요양병원에 입원해 투병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시민모임은 이번 결정이 양 할머니의 의지로 이루어진 것인지 경위 파악에 나섰다.
시민모임 관계자는 "양 할머니는 인지가 어렵고 표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정부안 수용이 양 할머니의 의지인지와 어떤 경위로 수용 의사를 밝힌 것인지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모임은 송두환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5월 17일 양 할머니를 찾은 것에 대해 "2022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추천한 '대한민국 인권상'의 서훈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한 위로를 전했을 뿐"이라며 "제3자 변제안을 설득하는 자리가 전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시민모임은 양 할머니의 입장을 파악한 뒤 이사회 등을 거쳐 향후 대응 등에 대해 논의할 방침이다.
시민모임 관계자는 "제3자 변제안 수용 거부 의사를 밝힌 다른 피해자와 가족들의 입장에 대해서도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018년 대법원에서 최종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양 할머니 등 15명을 대상으로 제3자 변제안 수용을 설득했다. 피해자 15명 가운데 11명이 정부안을 수용해 배상금과 지연 이자를 수령한 가운데 양 할머니와 이춘식 할아버지, 유족 2명 등 4명은 이를 거부해왔다.
대법원은 지난 2018년 10월 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 등 강제징용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지만 피고 기업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2023년 3월 일본 기업이 내야 하는 배상금을 재단이 모금한 돈으로 대신 지급하는 '제3자 변제' 방식을 해법으로 발표해 이번 양 할머니의 배상금과 지연이자는 포스코 등 한국 기업과 민간 기여를 통해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