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맡고 있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을 넘어서는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D램 시장 점유율 1위' 자리까지 노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직은 양사의 시장 점유율 차이는 상당하다. 다만,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쥐고 있는 범용 D램의 수요와 가격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SK하이닉스가 선전하고 있는 서버용 D램의 수요가 견고한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삼성전자가 차지하고 있던 '메모리 왕좌'가 바뀔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이닉스, 분기 기준 최대 실적 달성 가능성…반도체 호황기 기록 경신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오는 24일 올해 3분기 실적 발표에 나선다.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는 6조7643억이다. 전망이 현실화 된다면 반도체 최대 호황기로 평가되는 2018년 3분기(6조4724억)를 웃도는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실적이 전망치에 다소 미치지 못하더라도 3분기엔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이 삼성전자 DS부문을 가뿐하게 앞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 3분기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9조1천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공시했는데 사업별 실적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DS부문이 5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분기 실적뿐만이 아니라 올해 연간 실적에서도 사상 처음으로 삼성전자 DS부문을 제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SK하이닉스가 주력인 메모리 제품 시장은 날개를 펴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주력인 메모리 제품 시장은 회복이 지지부진해 명암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AI(인공지능)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SK하이닉스가 주력하고 있는 AI 서버용 HBM(고대역폭메모리)와 기업용 솔리스테이트드라이브(eSSD)의 수요는 견고하다. 반면 삼성의 주력상품은 스마트폰과 PC 등 범용 메모리 시장은 기대만큼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AI(인공지능)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SK하이닉스가 주력하고 있는 AI 서버용 HBM(고대역폭메모리)와 기업용 솔리스테이트드라이브(eSSD)의 수요는 견고하다. 반면 삼성의 주력상품은 스마트폰과 PC 등 범용 메모리 시장은 기대만큼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맥쿼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상황에 따라 (삼성전자가) D램 1위 공급업체 타이틀을 잃을 수도 있다"며 삼성전자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하향하기까지 했다.
AI항만 호전망에 SK 꽃길 전망…'메모리 왕좌' 가져올 수도
범용 메모리 시장은 부진하고 AI 관련 메모리 시장만 성장하는 '메모리 시장의 양극화'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인 네덜란드 ASML의 저조한 실적을 보면 이같은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크리스토프 푸케 CEO는 최근 시장 전망치보다 크게 낮은 실적을 발표한 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AI 관련 반도체를 제외하곤) 업계 모두가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며 "장비 수요 부족 상황은 족히 내년까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AI 관련 메모리는 강세다. 대만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는 올 4분기 HBM을 포함한 D램 평균 가격이 전 분기 대비 8~13%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범용 D램의 가격이 0~5%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을 감안하면 증권가에서는 HBM 가격 상승세가 20%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HBM 등 고부가 제품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SK하이닉스에겐 호재로 평가된다.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는 제품 수요가 견조하고, 수익성도 높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흥국증권 이의진 연구원은 "HBM과 DDR5, eSSD 등 고부가 제품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며, 4분기에는 HBM3E 12단 제품 공급이 본격화되며 SK하이닉스의 경쟁력이 다시 부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HBM 시장에 한 발 뒤늦게 뛰어들어 아직 큰 손인 엔비디아에 HBM 납품을 위한 퀄(품질)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삼성은 기로에 서 있다고 평가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퀄 테스트를 통과한다고 해도 삼성전자 HBM에 대한 수요가 단기적으로 급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고객사 입장에서는 SK하이닉스 제품을 삼성전자 제품보다는 우선적으로 확보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