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인도법인이 현지 증시에 상장한다. 인도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로, 4조원 넘는 자금이 현대차에 유입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해당 자금을 바탕으로 인도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인도법인은 오는 22일 현지 증시에 이름을 올린다. 상장 주식 가격대는 1865~1960루피(약 3만~3만2000원)이지만, 수요가 많은 만큼 최상단에서 결정될 걸로 보인다.
현대차 인도법인 IPO는 구주 매출로 이뤄진다. 구주 매출이란 신주 발행 없이 현대차 본사가 보유한 지분을 외부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현대차는 보유 지분 17.5%를 공모주로 내놨다. 규모로 치면 약 4조5000억원으로, 인도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IPO다. 인도법인 상장이 완료되면 현대차 보유 지분은 82.5%로 축소된다.
앞서 15~17일 진행된 주식 배정 청약에서는 물량이 완판됐다. 개인 투자자 청약률은 40%대에 그쳤지만, 기관 투자자들이 대거 뛰어들면서 흥행을 이끌었다. 외국인과 현지 자산운용사의 입찰 규모는 배정 물량의 6배를 넘었다.
공모가를 기준으로 보면 현대차 인도법인의 기업가치는 약 25조원대로 추산된다. 코스피에 상장된 현대차 전체 시가총액(약 50조원)의 절반에 이르는 규모다. 인도법인 한곳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차의 인도법인 상장은 인도 자동차 시장이 차지하는 중요도가 그만큼 높다는 방증이다. 인도의 지난해 승용차 시장 규모는 413만대로 중국과 미국에 이어 전세계 3위에 올랐다. 인구는 14억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반면 자동차 보급률은 전체 가구의 8.5%로 낮아 여러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게 핵심 신흥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미국·중국·일본 등 세계 주요국의 자동차 시장 규모가 5년 전보다 줄었지만, 인도의 지난해 자동차 신차 판매는 5년 전인 2017년 대비 18.5%나 증가하며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중국이나 러시아와 달리 외교적 위험 부담이 적은데다 인도 정부가 자동차 산업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현대차는 1996년 판매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인도에 진출한 이래 인도 내 최대 자동차 수출 기업으로 성장했다. 1998년 첸나이 공장 준공 이후 지난해까지 현대차의 현지 누적 투자액은 40여개의 동반 진출 협력사를 포함해 65억달러에 달한다. 직·간접 고용효과는 25만명에 이를 정도로 인도 자동차 산업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에서 총 55만 2511대를 판매해 14.5%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마루티 스즈키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지난 9월 인도자동차딜러협회가 인도 딜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년 딜러 만족도 조사'에서는 마루티 스즈키를 제치고 완성차 일반 브랜드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인도 누계 판매는 800만대를 돌파했다.
현대차는 IPO로 조달한 금액은 모두 인도 현지에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인수한 연산 13만대 규모의 탈레가온 공장을 내년부터 인도 제3공장으로 가동한다. 이 경우 현대차는 연간 100만대의 생산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오는 2025년 본격적인 양산을 목표로, 추후 생산 능력을 추가 확대할 방침이다.
지난해 5월에는 첸나이 공장이 위치한 타밀나두주와 협약을 체결해 향후 10년간 전기차 생태계 조성과 생산설비 현대화 등에 2천억루피(약 3조2000억원)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뿐만 아니라 배터리팩 조립공장 신설과 주요 거점 고속 충전기 100기 설치 등 전기차 생태계 조성에도 앞장서기로 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8월과 올해 4월 인도를 방문한 것도 현지 시장을 잡겠다는 현대차의 의지를 보여준다. 당시 정 회장은 현대차·기아 인도기술연구소와 현대자동차 인도공장을 둘러본데 이어 인도 타밀나두주(州) 스탈린 수상을 만나 현지 자동차 시장의 발전과 사업 협력 방안을 협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