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날씨 조종"?…허리케인 음모론과 대혼돈의 미국[기후로운 경제생활]

■ 방송 : 유튜브 실컷 '기후로운 경제생활'
■ 진행 :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대담 : 최서윤 CBS 경제부 기자



◆ 홍종호> 기후의 눈으로 경제를 읽다. CBS 기후로운 경제생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홍종호입니다. 한 주 동안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기후 현황 전해드리는 주간 기후 브리핑 시간입니다. 오늘도 CBS 경제부 최서윤 기자 나와계세요. 안녕하세요.

◇ 최서윤> 네, 안녕하세요. 오늘은 아메리카 대륙으로 가보겠습니다. 먼저 미국 소식 전해드릴게요. "음모론 뒤싸인 허리케인 밀턴, 미국 대선판 흔든다."

◆ 홍종호> 네, 또 플로리다에 허리케인이 상륙했습니다. 허리케인 밀턴이죠. 피해가 어느 정돈가요?

◇ 최서윤> 지난주였죠. 10월 9일에 플로리다 서부에 3등급으로 상륙했고요. 플로리다 전체를 관통해서 다음날 현지 시간 10일 오후에 대서양으로 빠져나갔습니다.

◆ 홍종호> 등급이 뭘 의미하나요? 설명 좀 해주세요.


◇ 최서윤> 허리케인은 전체 5등급으로 이루어져 있고, 5등급이 위력이 가장 강한 등급입니다. 밀턴도 원래는 5등급이었는데 플로리다로 상륙할 때는 3등급까지 떨어졌고, 빠져나갈 때는 2등급으로 빠져나갔습니다. 사실 단 하루 관통한 건데도 여파가 어마어마했습니다. 사망자는 최소 17명 정도 발생한 걸로 나왔고요. 210만 가구가 정전됐다고 합니다. 경제적 피해는 500억 달러 정도 된다고 하고요. 우리 돈으로 67조가 넘는 피해입니다.

◆ 홍종호> 제가 과거에 우리나라를 대상으로 이런 연구를 해봤을 때 미래에 앞으로 태풍이 더 크게 오면 최대 한 27조원 정도 피해가 우리나라 전체에 생길 수 있다, 이런 예측을 한 연구가 있었는데요. 플로리다 하나만 67조 원니까 이게 어떤 정도의 큰 피해인지 알 수 있네요. 사실은 애초는 더 컸을 것이다 이런 거 아니에요. 5등급이 그대로 상륙했으면 어마어마했겠죠. 문제는 2주 전에도 헬렌이라는 허리케인이 왔잖아요. 피해 복구가 끝나기도 전에 2주 만에 또 온 거여서 피해가 가중되지 않았나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 최서윤> 맞습니다. 9월 말에 허리케인 헬렌이 플로리다를 강타했어요. 헬렌은 더 높은 4등급. 위력이 더 셌어요. 이때는 사망자가 200명이 넘었습니다.

◆ 홍종호> 네, 이때는 경로가 좀 달랐죠? 밑에서 위로 이렇게 올라가서 플로리다만이 아니고 노스캐롤라이나라든지 조지아 이런 다른 주에도 피해가 있었죠.


◇ 최서윤> 네. 엎친 데 덮쳤습니다. 허리케인이 2주만에 2연타로 닥치고 나니까 정치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앞으로 미국 대선이 지금 보름 정도 남았잖아요. 미국 대선 향방이랑 나아가서 4분기 GDP에까지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에요. 그리고 그 허리케인이 강해진 핵심 이유는 결국 기후변화에 있다. 이게 주목할 부분입니다.

◆ 홍종호> 그러니까요. 허리케인은 과거에 기후변화가 심각하지 않았을 때도 있었지만 날씨가 더워지면서 허리케인이 더 거세졌다. 이런 평가가 있는 것 같아요.

◇ 최서윤> 네, 맞습니다. 해수 온도가 상승해 바닥 면에서 뜨거워지면 폭풍이 더 많은 에너지를 흡수해서 풍속이 빨라지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기가 따뜻해지면 수분을 더 빨아들이기 때문에 더 많은 비를 머금게 되는 거죠. 강우량이 엄청 증가하게 됩니다. 그래서 지상에 상륙할 때 밀턴이 3등급으로 상륙을 했잖아요.

◇ 최서윤> 차트를 하나 보여드릴게요. 올해 1월 멕시코만의 열 함량을 보여주는 그래프에요. 지난 10년 평균보다 굉장히 높았죠. 그러다 보니 해수 온도가 점점 상승하면서 허리케인의 위력이 강해졌다. 라는 분석이 나오는 겁니다.


◆ 홍종호> 저 빨간색 선이 지금 올해의 해양 열 함량을 보여주고 있는 거네요. 그렇죠?

◇ 최서윤> 바다 표면뿐만 아니라 깊은 바다에서도 되게 비정상적으로 물이 따뜻했대요.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다국적 단체 WWA가 보고서를 냈는데, 이런 기후변화가 허리케인 밀턴의 강우량을 20~30% 정도 늘리고 바람의 위력은 10% 정도 강화했다.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밀턴은 플로리다에 닥칠 때 3등급이 아니라 2등급 정도로 떨어져서 상륙했을 수도 있을 거다. 이런 설명을 했어요.

◆ 홍종호> 상당히 흥미롭네요.

◇ 최서윤> 이번에 밀턴 관련해서 화제된 장면도 있죠. 기상학자 존 모랄레스가 NBC 인터뷰에서 허리케인 밀턴이 얼마나 위험한지 설명하다가 목이 메어서 말을 잇지 못하는 그런 모습을 보였는데요.

10시간 만에 기압이 50밀리바가 떨어졌다. 공포스러운 상황이다. 이렇게 말하면서 사과라고 할까요. 굉장히 안타까움을 표현하면서 눈물을 보였는데요. 영상이 자꾸 회자되니까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설명했어요. 지구 온난화 때문에 극심해지는 날씨를 자신이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 우려하고 있는지 전문가로서 의견 표명을 한 거예요.


◇ 최서윤> 그 의견의 핵심도 결국에는 기후위기 때문에 허리케인이 더 강력해지고 이런 기상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다. 40년 경력 내내 사람들한테 경고하려고 노력을 했는데 이 경고가 모든 사람에게 잘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이런 말을 한 거죠. 아무래도 전문가로서 기후변화의 위기감을 좀 더 알리고 사람들을 설득했어야 했는데 그게 이뤄지지 않아서 점점 피해가 커지는 상황에 대해서 무력감을 느끼신 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 홍종호> 영상을 보니까 'incredible', 믿을 수 없다는 뜻의 단어를 세 번이나 반복하면서 본인의 괴로운 심정을 표현했네요. 상당히 비장한 모습을 심지어 느낄 수 있는데요. 사실은 이러한 태풍이 2주 연달아서 오다 보니까 재산상 피해, 인명피해도 있지만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충격을 주잖아요. 심지어 기후위기에 대한 음모론도 막 나오고 여기에 정치권도 가세한다고 하고 얼마 안 남은 대선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런 연쇄효과가 지금 나오고 있네요.

◇ 최서윤> 네. 플로리다에 밀턴이랑 헬렌이 대선 한 달 남기고 치고 지나갔잖아요. 현 플로리다 주지사가 론 디샌티스,  차기 공화당 대선후보 가능성도 있는 젊은 인기 정치인입니다. 이 사람은 지금 그냥 허리케인 시즌이고 허리케인은 열대성 날씨 때문이다, 이러면서 기후변화하고의 연관성을 분리하고 싶어 하는 발언을 합니다. 트럼프 후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금 더 과감한 발언을 했어요. 원래도 좀 기후변화에 대해서 좀 부정을 많이 하는 발언을 했었잖아요.

◆ 홍종호> 네, 그렇죠.

◇ 최서윤> 좀 정치적으로 공격하는 데에 이용을 하는 거 같아요. 이번에 재난 피해가 워낙 컸잖아요. 근데 지금 상대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이 연방재난관리청에 재난 지원 자금 10억 달러를 불법 이민자를 위한 주택에 써버렸다.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대응을 못 했다. 이런 취지로 발언했는데 이건 사실무근이었고요.

◆ 홍종호> 전형적인 가짜 뉴스인 거죠.

◇ 최서윤> 뿐만 아니라 너무 지나친 발언도 나오고 있어요. 공화당의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이 소셜 미디어에다가 '정부가 날씨를 조절하고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 홍종호> 음모론이 아니라 좀 누가 들어도 말이 안 되는 얘긴데 어떻게 정부가 날씨를 조절합니까. 무슨 기계를 사용하는 것도 아닐 텐데. 그런데도 이 말이 먹히고 이러나 보죠? 이른바 민심이 흉흉해지면서 이런 음모론이 더 발휘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생길 수도 있겠네요.

◇ 최서윤> 근데 이게 좀 도가 넘는 말도 나와요. 정부가 기상학자를 시켜서 허리케인을 만들고 방향을 의도적으로 정하고 있다. 그래서 과학자들을 좀 죽이고 레이더 장비를 철거해야 한다, 이런 메시지가 기상학자를 위협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 홍종호> 아 기상학자들한테 소셜 미디어나 이메일 같은 걸 보낸다. 이런 얘기군요.

◇ 최서윤> 그렇죠. 경합주, 공화당이 우세한 주 위주로 허리케인 피해를 보다보니까 이거를 상대 당에 불리하게 만들려는 그런 음모론이 나오는 겁니다. 근데 지금 정말로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진짜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런 가능성을 외신에서 제기하더라고요.


◆ 홍종호> 네, 그렇군요. 이런 음모론을 떠나서 미국의 주요 언론들을 보면 이런 아이러니컬한 게 있다. 텍사스나 플로리다는 대표적인 그런 레드 스테이트, 공화당 지지가 강한 그런 주들인데, 그래서 화석연료 사용도 굉장히 중시하고 특히 텍사스는 미국 제일의 화석연료 생산지, 소비지 아닙니까?

◇ 최서윤> 맞아요.

◆ 홍종호> 그런데 이런 지역이 기후변화로 인해 올해 훨씬 더 강해진 허리케인의 피해를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는 것이, 기후변화를 무시하고 화석연료에 계속 의존하려고 하는 이런 지역들이 오히려 기후변화의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 굉장히 아이러니컬하다. 이런 보도가 있기도 했죠. 경제적인 면도 짚어주시면 좋겠어요. 이게 미국 GDP에도 악영향을 미치겠죠 아무래도?

◇ 최서윤>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미국 GDP에서는 일단 소비가 차지하는 영향이 굉장히 크잖아요. 소비지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겠죠. 미국 경제가 올해 사실 되게 좋았잖아요. 그래서 분기별 GDP 성장률 보면 1분기에 1.4%, 2분기 2.8% 그리고 3분기도 한 3.1% 정도로 지금 예측이 되고 있는데 처음으로 4분기에 이것 때문에 좀 뒷걸음질을 칠 수 있을 거란 분석이 나왔어요. 그래서 글로벌 컨설팅 업체 EY가 4분기 미국의 실질 GDP 성장률이 이번 허리케인 때문에 한 0.2 내지 0.4%p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 홍종호> 적은 게 아니죠.

◇ 최서윤> 플로리다가 미국 내에서 경제 규모가 네 번째로 크기 때문에 아무래도 전체 경제에 미치는 그런 영향이 좀 클 걸로 생각이 되고 있습니다.

◆ 홍종호> 캘리포니아가 1위고 2위가 또 텍사스에요. 3위가 뉴욕. 이 텍사스가 또 피해를 당해서 이게 사실 영향을 많이 미칠 수 있는 거죠.

◇ 최서윤> 이게 또 고용 지표에도 영향을 미칠 수가 있대요.

◆ 홍종호> 그럼요.


◇ 최서윤> 왜냐하면 지금 다 대피를 했잖아요. 앞전에 헬렌 피해입은 노스캐롤라이나, 그다음 밀턴 직격탄 맞은 플로리다. 다 근로자가 대피 중이기 때문에 일을 못 하는 상태라서 이제 월별 미국 고용 지표 발표하잖아요? 그럼 실업률이 조금 높게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경제 상황이 경제 침체에 접어드는 거 같으면 현재 집권당에는 조금 불리할 수도 있잖아요. 11월 5일 대선에서 나흘 앞둔 11월 1일에 10월 고용 지표가 나온다고 합니다. 이걸 조금 주목할 필요 있을 거 같고요. 무엇보다 시사점은 기후변화가 정치와 경제에 다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라는 거겠죠.

◆ 홍종호> 네, 아주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이런 걸 우리 경제학에서는 물리적 리스크다. 이런 말을 쓰거든요. 그러니까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극한 기상현상이 나타나고 그것이 이번에 허리케인과 같은 것으로 드러나는데 그것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인명 피해 재산 피해, 심지어 영속적으로 GDP가 감소하는.

◇ 최서윤> 영속적으로요?

◆ 홍종호> 네, 영속적이라 함은 이렇게 충격을 받으면 다시 원래로 회복되는 게 아니고 떨어진 상태에서 그냥 간다. 그러니까 결국 애초에 성장 경로를 다시 회복 안 된다. 이런 연구들도 꽤 있어요. 그만큼 이런 극한 기상현상이 한번 기후변화로 인해서 온다는 것이 한 나라의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결코 적지 않다는 거죠. 장기적으로 2100년까지 장기 경제 성장 전망에서도 이러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어서 하여간 앞으로 지금 우리가 우려하는 이 기후 피해라는 것은 우리의 삶에 전반전인 영역에 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라는 것을 꼭 좀 생각 해야되지 않나 싶습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