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증거 없다"…4년 6개월 만에 '김 여사 도이치' 불기소

4년 6개월 수사 만에 김건희 여사 불기소 처분…최은순씨도 불기소
검찰, 김 여사가 주가조작 인지했다고 볼만한 증거 없다고 판단
"당시 상황 및 인식 등을 확인할 증거가 없다"
"계좌관리인들 모두 김 여사에 '시세조종한다' 얘기한 적 없다"

서울중앙지검 조상원 4차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대통령 배우자의 도이치모터스 시세조정 가담 의혹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중앙지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해당 사건과 관련하여 김건희 여사를 불기소 처분한다고 밝혔다. 황진환 기자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 김 여사가 고발된 지 4년 6개월 만이다.

검찰은 함께 입건한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이자 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씨도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증거와 법리를 검토해 불기소 처분했다는 입장이지만, 수사가 늦어지는 동안 증거 확보에 실패해 결국 관련자들의 진술에 의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는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김 여사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의 판단 근거는 크게 네 가지다. 먼저 김 여사가 주가가 조작됐다는 점을 인지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김 여사가 직접 관리한 주식계좌에서 체결된 일부 주식거래가 주가조작에 관여되긴 했지만, 이는 평소 신뢰하던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요청으로 진행됐을 뿐 주가조작 사실 자체는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설명자료를 통해 "(시세조종 거래로 인정되는) 해당 매도 주문 2회는 피의자가 당시 권 전 회장으로부터 어떤 식으로든 연락을 받고 증권사 직원을 통해 주문을 제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 김모(2차 주가조작 선수)씨의 물량 수급 요청을 받은 권 전 회장이 피의자(김 여사)에게 연락해 매도 주문이 나온 것으로 추정되나, 해당 연락의 구체적인 내용, 당시 상황 및 피의자의 인식 등을 확인할 증거가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권 전 회장이 자신을 신뢰하는 피의자에게 자신의 범행 내지 주가관리 사실을 숨기고 단순한 추천·권유를 통해 매도 요청을 했을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또 검찰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이 이뤄지던 2010~2012년 사이 2차 주가조작 선수 김씨나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 등과 직접적으로 연락한 내역이 없다는 점도 불기소의 이유라고 밝혔다.

아울러 권 전 회장이나 이 전 대표, 김씨 등 주가조작 일당들이 일제히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을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검찰은 설명자료를 통해 "권 전 회장, 계좌관리인들 모두 피의자(김 여사)에게 시세조종 내지 주가관리를 한다는 얘기를 한 적이 없고, 피의자가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 여사는 주식거래나 주식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일반 투자자로서, 권 전 회장이 주가조작 선수들을 동원해 시세조종을 한다는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판단도 검찰은 덧붙였다.

검찰은 지난 13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주가조작 방조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손모씨에 대한 2심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검찰은 기본적으로 손씨와 김 여사가 범행에 가담한 정도나 주가조작에 대한 인지 여부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손씨는 김씨와 직접 연락하는 사이인 데다, 주가조작 사실을 알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문자메시지 등 객관적 물증이 있고, 김씨 역시 조사에서 '손씨는 주가관리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손씨가 대량의 자금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수익을 얻는 전문 투자자란 점도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또 김씨가 김 여사를 두고 'BP패밀리'라고 조사에서 진술했던 점과 수배자 신세로 도망을 다니던 시기 작성한 편지에서 '내가 가장 우려한 김건희 여사만 빠지고 우리만 달리는 상황'이라고 적었던 점 등에 대해서는 '정확한 내용과 의도, 맥락 등을 파악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했다.

사건을 수사한 최재훈 부장검사는 김씨의 편지에 대해 "김씨가 수사를 피해 도망 다닐 때 작성한 것인데,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배우자(윤 대통령)가 유력 인사라 김 여사만 빠지게 됐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애초 이 사건이 윤 대통령을 잡으려고 하는 수사인데 김 여사만 결국 빠졌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양쪽 다 해석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씨가 조사에서 김 여사를 'BP패밀리'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서는 "마찬가지로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 권 전 회장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인지, 블랙펄 패밀리인지 등 정확히 뜻을 아는 사람이 없다"고 전했다. 검찰은 BP패밀리로 지칭된 모든 사람을 불러 조사했지만,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지했을 것이라는 취지의 진술은 없었다고 했다.

검찰은 관련자들의 일치된 진술을 확인했다는 입장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물증이 없는 가운데 진술에만 의존해 사건을 처리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김 여사가 1차 주가조작 선수 이모씨 측으로부터 4700만원을 받은 기록과 관련해 일각에서 '주가조작에서 손실을 입은 김 여사에게 그 돈을 보전해 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수사팀에서도 그렇게 의심한 적이 있지만, 일단 손실금액이 4700만원이 아니라 맞지 않았고, 당시 김 여사가 주식을 팔아 손실을 본 상황이 아니라, 주가가 떨어져 손실평가액이었기 때문에 보전해 줄 상황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아울러 최은순씨에 대해서도 "권 전 회장을 신뢰해 투자를 계속하던 과정에서 권 전 회장의 소개·요청 등으로 자금 또는 계좌를 제공한 것일 뿐"이라며 "시세조종 범행을 인식했다고 볼 명확한 증거가 없다"고 불기소 처분했다.

김 여사에 대한 불기소 처분은 무려 4년 6개월 만에 나온 수사 결과다. 검찰은 2020년 4월 김 여사에 대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고발장을 접수했다.

수사팀은 또 이날 심우정 검찰총장에게 이같은 김 여사와 최씨 등에 대한 수사 결과를 보고했다. 심 총장은 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없어, 수사 과정과 결과를 사전에 보고 받지 않았다.

한편 검찰은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이어 이번 사건까지 무혐의 처분하면서 거센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레드팀까지 소집해 사건 처분에 공정성을 기했다고 하지만 결국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또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을 중심으로 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요구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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