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영풍·MBK 연합의 시세조종 의혹을 조사해달라고 금융감독원에 요청했다.
고려아연은 17일 "영풍·MBK의 공개매수 마지막 날 벌어진 단시간 주가 급락에 대해 시세조종 행위 여부를 조사해달라는 진정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영풍·MBK 측이 고려아연 주가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려 투자자들이 공개매수에 참여하도록 시장 환경을 조성했다는 게 고려아연 측 주장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영풍·MBK의 공개매수 마지막 날인 지난 14일 고려아연 주가는 오전부터 꾸준히 상승하면서 오후 1시12분에 이날 최고가인 82만원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주가는 최고가를 찍고 2시간 만에 이날 최저가인 77만9천원까지 폭락했다. 결국 주가는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상향했음에도 직전 거래일 종가 대비 1천원 감소한 79만3천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고려아연은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는 시세조종 행위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특히 당시 고려아연 주가가 최고가를 찍은 이후 특정 시간대에서 수차례 매도량이 급증한 점을 미뤄봤을 때 의도적으로 특정 세력이 주가를 끌어내리려 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설명했다.
당시 최고가인 82만원에서는 일부 투자자의 경우 세금과 비용 등 문제로 장내매도가 유리할 수 있지만, 주가가 80만원 아래로 떨어지면 영풍·MBK 공개매수에 응하는 게 보다 이득이 될 수 있다. 고려아연은 "그런데도 시장에서 매도가 꾸준히 이뤄지면서 주가가 78만원대까지 내려앉은 점은 일반적인 상황이라고 이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앞서 금감원은 영풍·MBK의 공개매수가 끝난 다음날 양측을 상대로 본격적인 회계 심사에 착수했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불거진 투자주식 손상이나 충당부채 등 의혹을 들여다보고, 회계처리기준 위반 등 문제가 포착되면 감리조사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공개매수 과정에서 불공정거래 행위가 확인되면 엄중 조치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당사가 접근할 수 있는 자료만으로는 이같은 단기간 주가 급락 사태의 경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관련 자료를 가진 금융당국에 조사를 요청한 것"이라며 "그간 금감원이 공개매수 과정에서 불공정거래 행위가 있었는지 확인되면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힌 만큼 조사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