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서민이 내 집 마련을 하기 위해 한 푼 두 푼 모은 국민 청약저축으로 조성된 주택도시기금 일부가 정부의 세수 결손을 메우는 데 전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HUG(주택도시보증공사)에서 제출받은 '주택도시기금 운용 현황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주거 정책과 전혀 무관한 곳에 지출된 기금의 비중은 평균 40%에 달했다.
주택도시기금은 공공임대주택 건설과 서민주택 금융을 지원하는 기금으로, HUG가 운용·관리를 하고 있다. 한국의 독특한 내 집 마련 형태인 '선(先)분양' 참여 자격 조건인 '청약저축'이 대표 재원이고, 집을 살 때 준조세처럼 의무매입하도록 하는 '국민주택채권' 발행 자금과 '복권기금'으로 조성된다. 이 밖에 융자금 회수 및 여유자금 운용으로 재원을 충당하고 있다.
그런데 기금 지출 현황을 살펴보면, 주택 구입 및 전·월세 대출 지원 등의 사업비 지출은 연평균 30조 원이 집행된 반면,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에 예탁되거나 여유자금으로 편성돼 주식 및 부동산 투자에 활용된 금액은 39조 원을 넘어섰다. 본래의 목적보다는 기타 목적에 더 많은 지출이 이뤄진 셈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첫해인 2022년 주거사업비 지출은 축소되고 되레 공자기금에 예탁된 금액이 전년 대비 무려 6조 원 증가했다. 공자기금은 주로 국채를 상환하거나 재원이 부족한 정부의 일반사업회계에 자금을 빌려주는 공공은행 역할을 수행하는 정부 '쌈짓돈'이다.
지난해 정부가 외국환평형기금 20조 원을 공자기금으로 투입해 세수 결손 일부를 메운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된 바 있는데, 같은 방식으로 주택도시기금도 끌어다 쓴 것이다. 2년 연속 역대급 세수 펑크가 이어지자, 재원 결손을 메우기 위해 각 부처로부터 기금을 예탁받아 '마이너스 통장'처럼 활용했다는 지적이다.
황운하 의원은 "정부가 국민 앞에서는 건전재정을 강요하면서, 정작 뒤에서는 무주택 서민들이 납부한 주택도시기금을 끌어다가 세수 펑크 사태를 수습하려 했다"며 "주택 정책의 본래 목적에 따라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한 국민이 그 고통을 온전히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목적에 부합하는 기금 운용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편 정부는 내달부터 공공분양 월 납입 인정액을 기존 10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상향하는데, 일각에선 이를 두고 정부의 전용으로 줄어든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을 메우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