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라면 TBS를…" 오세훈 답변에 국감장 발칵

오세훈 서울시장이 15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이재명 대표 같은 분이었다면 TBS를 어떻게 했을까요."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감장에서 내뱉은 한마디에 국감장이 발칵 뒤집혔다. 문제의 발언은 15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안위의 서울시 국정감사 후반부 쯤 나왔다.

이날 국감 참고인으로 출석한 송지연 전국언론노조 TBS지부장이 행안위 위원들의 질문에 TBS 사태의 궁극적 책임은 오 시장에게 있다는 취지로 발언한 뒤였다.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의 관련 질문에 오 시장은 "제가 (폐국을 막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TBS 구성원들이 더 잘 알 것"이라며, "만약 리더십 스타일이 저같은 스타일이 아니고 이재명 대표 같은 분이었다면 TBS를 어떻게 했을까. (TBS) 구성원들이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답변했다.  

난데없이 야당의 대표가 언급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끈했다. 이해식 민주당 의원은 "상대방을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서울시정에 대해 묻고 있는데 아무 관계도 없는 야당 대표를 거론했고…인격적 모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오 시장은 "짧은 시간에 답변하라고 해서 비유를 써봤을 뿐"이라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대표가 '언터처블'이냐. 딱 들어맞는 표현을 한 것 같다…그분의 경기도지사 시절의 행정 스타일이나 일하는 방식을 비춰보면 TBS를 어떻게 처리했을지 짐작이 가지 않느냐"고 물러서지 않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5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신정훈 행안위원장이 "굳이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면서 이 자리에 없는 야당대표에 대해 스타일이 딱 들어맞는다니 무슨 소리냐 적절치 않다"며 유감표명과 함께 자제를 촉구했지만, 오 시장은 "짧은 시간에 답하라고 해서 아주 적절한 비유를 찾았는데 그게 불편하시다면…"이라며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이에 이해식 의원은 "제가 2008년 강동구청장 처음 됐을 때도 오 시장이 서울시장이었는데 이런 모습을 처음본다. 참 많이 바뀌셨구나. 대권도전 뜻을 확실히 갖고 계시는구나"라며 오 시장의 답변에 의도성이 있는 것 같다는 의문을 제기했다.  

오 시장은 이후에도 외려 "이재명 대표께서는 2017년에 TV조선은 반드시 폐간시키겠다고 공개적으로 말씀하신 적이 있다"며 더 강하게 치고 나가자, 신 위원장은 "참 대단하시네"라며 쓴웃음을 짓기도 했다. 

실제로 이날 평소보다 짧은 머리스타일을 하고 나온 오세훈 시장은 국감 질의답변 내내 할 말은 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일부 의원들이 답변기회를 주지 않고 질의를 이어나가자 허탈하다는 듯 헛웃음을 짓는가 하면, 일부 의혹제기에 대해서는 '답변할 기회를 달라'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15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답변권 확보 문제를 놓고 여야 의원들의 의사진행 발언과 신 위원장의 자제요청이 나오자 오 시장은 급기야 "피감기관이 죄인이냐"며 "국감하러 왔으면 피감기관장의 설명을 들으셔야 한다"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민주당 이광희 의원이 오 시장의 답변 태도를 문제삼아 "깐족댄다"는 표현을 쓰자 오 시장은 "의원이 표현이 과하시다. 제가 지금 깐족댔나. 피감기관장이 요청드릴 내용을 요청드리는 것"이라고 맞받았다.

여당 의원들이 합세하며 서로 고성이 오가자 한때 행안위 국감은 20여분 가량 정회되기도 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한강버스 졸속 추진 의혹과 TBS 폐국 문제, 필리핀 가사관리사 문제, 명태균 관련 의혹 등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오 시장의 답변태도 등을 지적하며 기싸움하는데 힘을 빼느라 이날 국정감사는 서울시 정책에 대한 깊이 있는 지적 사항이나 대안 제시 없이 종료 선언을 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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