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에 장기이식 전년 대비 23%↓…췌장은 '반토막'

서울아산·세브란스병원 등 이식 상위 5대병원도 '최대 35%' 축소
전진숙 "중증응급 적시 이식 차질…尹정부, 공식사과 등으로 사태해결 물꼬 터야"

의정갈등 장기화로 인한 응급실 과부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8월 22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에 진료 지연 안내문이 놓여 있다. 류영주 기자

의·정 갈등 장기화에 따른 의료공백이 심화되면서 올해 장기이식 수술 건수가 지난해 대비 2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절반 이상 급감한 췌장 이식이 가장 타격이 컸다.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이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연도별·월별·장기별 장기이식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2월부터 8월까지 이뤄진 5대 장기이식 건수는 835건이다. 작년 동기간(1082건) 대비 22.8% 감소한 수치다.
 
장기별로 살펴보면, 2023년 2~8월 16건의 장기이식술이 집도된 췌장이 올해 같은 기간 7건까지 줄어 무려 56.3%의 감소 폭을 기록했다.
 
심장 이식은 작년 151건에서 올해 109건으로 27.8% 줄었고, 신장은 523건에서 398건으로 23.9% 줄어들었다. 또 간장은 257건에서 210건으로, 폐는 135건에서 111건으로 각각 18.3%, 17.8%씩 감소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실 제공

올해 장기이식을 가장 많이 수행한 상위 5대 병원(서울아산병원·연세대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서울대병원·양산부산대병원)의 장기이식 건수도 최대 30%가 넘게 쪼그라들었다.
 
이른바 '빅5'에 속하는 서울아산병원은 작년 2~8월 128건에서 올해 같은 기간 83건으로 35.2% 축소됐고, 세브란스병원도 34.4%(122건→80건) 감소했다. 양산부산대병원은 67건에서 43건으로 35.8% 줄었고, 서울대병원은 13.4%(81건→70건) 감소했다. 
 
삼성서울병원(82건→81건)만 거의 차이가 없었다.
 

민주당 전진숙 의원실 제공

장기기증에 동의한 뇌사자도 약 20% 감소했다. 의료 현장에서 장기기증이 실제 이식으로 이어지려면, 의료인이 뇌사환자 가족을 설득해야 하는데 의료인력의 이탈에 따라 이식 동의율도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올 2~8월 장기 기증을 한 뇌사자는 246명으로, 전년도 동기간(307명)에 비해 19.9% 감소했다.
 
전진숙 의원은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중증·응급 상황의 환자들이 의료공백으로 적기에 이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는 국민 건강과 환자 안전을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공식 사과와 책임자 경질로 의·정 갈등 해결의 물꼬를 터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장에서는 향후 장기이식 수술을 도맡을 전문의 수급에도 비상이 걸린 상태다.
 
전진숙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임용된 전공의 1만 463명 중 9136명이 사직함에 따라, 현재 수련병원에 소속된 전공의는 지난달 말 기준 1327명으로 파악됐다.
 
이 중 내년도 전문의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수료 예정' 레지던트(3~4년차)는 553명이다. 이에 더해 지난 9월 수련을 재개한 전공의 중 수료예정인 고연차 전공의 23명을 포함하면, 2025년도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자격이 있는 인원은 576명에 불과하다.
 
이는 대한의학회가 집계한 올해 초 전문의 자격시험 응시자 2782명(최종 합격자는 2727명)의 20.7% 수준이다.
 
내년도 '예비 전문의' 576명을 진료과별로 분류하면 가정의학과(96명)와 내과(91명)가 가장 많았고, 정형외과(61명), 정신건강의학과(40명), 응급의학과(33명) 순으로 나타났다.
 
'전문의 기근'이 가장 우려되는 과목은 핵의학과(2명)와 방사선종양학과(3명), 진단검사의학과(5명), 심장혈관흉부외과(6명), 비뇨의학과(7명)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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