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가 압수수색 영장의 과도한 발부를 통제하겠다며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압수영장 사전 심문제'와 관련해, 현직 검사들이 미국 현지 검찰청 등을 방문해 사법체계 실태 등을 상세히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 판사가 직접 피의자나 참고인을 소환해 심문하는 제도는 실제 운용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수영(사법연수원 44기)·김지수(44기)·서지혜(변시 7회) 검사는 지난 8월 28일부터 9월 6일까지 8박 10일 일정으로 미국 현지 검찰청 3곳과 법원 1곳, 로스쿨 등을 방문했다. 이들은 수원지검과 서울서부지검, 청주지검 등 일선에서 사건을 처리하는 평검사들이다.
이번 출장은 미국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 과정을 들여다보고, 판사가 사실 관계 확인 등을 위해 사건 관계인을 직접 심문하는 절차가 있는지 확인하는 차원에서 진행됐다. 현직 검사가 직접 미국 현지 검찰청이나 법원의 영장 실무 등에 대해 방문 조사를 벌인 것은 전례가 드문 일이라고 한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출장 보고서에는 "압수영장 사전 심문제, 조건부 석방제, 변호사-의뢰인 비밀유지 특권(ACP) 등 현안에 관해 미국의 구체적인 법제·실무를 정확히 확인하려는 차원"이라는 법무부의 설명이 담겨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미국 메릴랜드주(州), 버지니아주, 뉴욕주 등은 압수영장 사전심문제를 운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검사가 청구한 영장 발부를 판사가 검토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 이외 사건 관련자에게 직접 연락하는 경우 역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2월 압수영장 사전 심문제를 신설하는 취지의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가 "수사 기밀성·밀행성 훼손이 우려된다"는 수사기관 반발에 물러섰다. 당시 대법원은 미국 캘리포니아주·뉴욕주 형사법 등을 사례로 들며 해외 선진국에선 이미 판사가 심문을 거쳐 압수영장을 발부한다고 설명했는데, 법무부가 확인한 미국 현지 실태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던 셈이다.
보고서에서 법무부는 "미국 현지 검사·판사·법학교수 등 실무가와 학자 모두 (사전 심문) 제도 필요성에 의문을 가졌다"고 강조하며 현지 조사 결과를 상세히 설명했다.
우선 뉴욕 브루클린 검찰청에서 근무하는 한 검사는 "법원에 제출하는 영장은 A4 용지 2~3장 분량의 청구서가 전부이고 판사가 사전 심문을 하더라도 청구서를 가져온 경찰관을 불러 몇 가지 질문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영장 발부 전 피의자나 참고인 등을 판사가 직접 소환해 심문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법무부에 답했다. 버지니아주 알링턴 카운티 검찰청 관계자도 "판사가 영장 발부 검토 과정에서 직접 피해자나 참고인을 부르는 것은 법원이 (원칙을 넘어) 수사기관 역할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필요할 경우 경찰관 등 수사기관을 상대로 궁금한 점을 물을 수는 있지만, 피의자나 주요 참고인을 상대로 직접 심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학계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컬럼비아 대학 로스쿨에서 형법을 가르치는 한 교수는 법무부에 "판사가 검사나 경찰관, 정보원(제보자)이 아닌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전 심문 절차는 미국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터무니없는(ridiculous)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압수영장 사전 심문제 관련 법안이 연달아 발의되고 사법부 수장이 국회에서 도입에 공감한다는 취지로 말하는 등 국회·법원을 중심으로 도입론이 다시 군불을 때는 모양새다. 조희대(13기) 대법원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압수영장 심문과 조건부 구속 등 법제화에 대한 많은 입법 지원을 요청드린다"고 말했고 천대엽(21기) 법원행정처장도 "사전영장 심문제에 대한 확고한 방향을 갖고 있다. 기본적인 방향성을 유지하면서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