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끝내기 기억하나요?' 삼성-LG 홈런 전쟁, 22년 만에 다시 불붙는다

2002년 LG와 한국시리즈에서 극적인 동점 홈런을 친 당시 삼성 이승엽. 연합뉴스

2002년은 한국 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을 중요한 해였다. 국제축구연맹(FIFA) 한일월드컵에서 최초의 16강 진출을 이룬 데 이어 무려 4강이라는 기적이 일어난 해였다.

하지만 야구에서도 2002년은 빼놓을 수 없는 해다. 프로야구 최후의 승자를 가리는 한국 시리즈(KS)에서 최고의 명승부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명문 삼성이 6차전에서 LG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창단 첫 KS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당시 삼성은 대구 홈에서 열린 6차전에서 9회말까지 3점 차로 뒤져 있었다. 그러나 '국민 타자' 이승엽 현 두산 감독이 당시 LG 최고 마무리 이상훈으로부터 통렬한 3점 홈런으로 동점을 만든 데 이어 마해영이 바뀐 투수 최원호를 상대로 끝내기 홈런을 터뜨렸다. 당시 LG 김성근 감독은 삼성 김응룡 감독으로부터 야신(야구의 신)이라는 찬사를 받았을 만큼 치열한 승부가 마무리된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22년이 흘러 삼성과 LG가 2002년 이후 처음으로 가을 야구에서 격돌한다. 두 팀은 13일부터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5전 3승제 플레이오프(PO)를 펼친다.

KS는 아니지만 삼성, LG가 22년 만에 펼치는 포스트 시즌(PS)이다. LG는 2002년 KS 준우승 이후 긴 암흑기를 겪었고, 삼성은 2011년부터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이루고 2015년 KS 준우승 뒤 주춤했다. 그러다 지난해 LG가 29년 만의 우승을 차지한 뒤 올해도 PO에 올랐고, 삼성은 정규 리그 2위로 PO에 직행해 가을 맞대결이 성사됐다.

11일 오후 서울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5차전 LG 트윈스와 kt wiz의 경기. 승리를 거두고 삼성과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LG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LG는 2002년의 설욕을 벼르고 있다. kt와 준PO 2승을 거두고 시리즈 MVP에 오른 임찬규는 "2002년에 LG를 처음 접하고, 한국 시리즈에 졌던 기억이 있다"면서 "그 기억을 우리 선수들이 꼭 힘을 내줘서 갚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임찬규는 당시 10살로 LG 어린이 회원 출신이다.

PO의 향방은 22년 전처럼 홈런으로 승부가 갈릴 가능성이 높다. 22년 전 삼성-LG의 격전지는 대구 시민운동장. 그러나 삼성이 2016년부터 홈으로 사용하는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도 홈런이 많이 터진다. 1, 2, 5차전이 열리는 라이온즈 파크는 올해 정규 리그에서 10개 구단 홈 구장 중 가장 홈런이 나왔다. 올해 71경기에서 216개가 터졌는데 인천 SSG 랜더스 필드(72경기 194개)보다 20개 이상 많았다.

홈 구장의 이점을 앞세운 삼성은 올해 리그 홈런 1위였다. 185개로 9위 LG(115개)를 압도한다. 생애 첫 30홈런을 넘긴 구자욱(33개)을 비롯해 28홈런의 김영웅, 23홈런의 박병호, 22홈런의 이성규 등 거포들이 즐비하다. 강민호도 19홈런을 쳤다.

올해 팀 최다 33홈런을 때려낸 삼성 구자욱. 삼성


하지만 LG도 장타로 맞불을 놓겠다는 각오다. 염경엽 감독은 준PO 5차전 뒤 삼성의 장타력에 대한 질문에 "삼성이 치면 우리도 치면 된다"면서 "대구에서는 빅볼을 할 수 있는 타자들이 있고, 감만 올라온다면 밀린다 생각하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LG의 올해 최다 홈런 타자는 오스틴 딘(32개)이다. 문보경이 22개, 박동원이 20홈런으로 뒤를 잇는다. 정규 시즌 OPS(출루율+장타율)는 LG가 0.780(4위)으로, 0.774(6위)의 삼성에 앞선다. 팀 득점에서도 LG는 808점(2위)으로 770점(6위)의 삼성보다 우위다.

2002년 홈런의 힘으로 LG를 꺾고 창단 첫 KS 정상에 올랐던 삼성. 22년이 흘러 힘에서도 물러서지 않겠다며 2년 연속 우승을 위한 의지를 다지고 있는 LG. 과연 KIA가 선착한 KS에 진출할 팀이 어디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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