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장관 보좌역의 교과서 집필 논란 속에, 교육부는 교육부 직원이 검정 교과서 집필에 참여해도 현행 규정상 문제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김건호 청년보좌역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하다 보니 오히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하 평가원)의 안내 자료가 행정오류라는 궁색한 주장까지 펴고 있다.
이러한 논란 가운데 내년 첫 활용을 앞두고 있는 'AI 디지털 교과서(이하 AI 교과서)'와 관련한 평가원의 '검정 실시 공고'와 '검정 신청 안내 자료집'에도 똑같은 상황이 빚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사 교과서 저자 자격 논란, 'AI 교과서'에도 이어져
11일 CBS 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AI 교과서 검정 실시 공고'(2023.8.31)에는 저작자 요건으로 '검정 신청일 현재 교육부 교과용도서 심의회 위원 임기 중이 아닌 자'로만 나와 있다.
평가원 오승걸 원장은 CBS와의 통화에서 "(AI 교과서 검정 실시) 공고에 빠지고 (안내에는) 그렇게 들어가서 불일치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그 부분은 바로 잡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행정오류를 염두에 두고 최종 심사 결과를 발표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맞다고 하면서도 "(AI 교과서 집필진에) 다행히 교육부 직원은 없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내년부터 초등학교 3~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의 수학, 영어, 정보 교과에 AI 교과서를 도입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평가원은 이 중 영어 과목에 대한 검정 심사를 맡고 있다.
앞서 지난 8월 22일 평가원은 영어, 수학, 정보 과목 AI 교과서에 대한 검정 심사 신청을 받은 결과, 21개 출원사로부터 총 146종의 심사본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이 중 영어과목의 경우, 초등 3~4학년 16종, 중학교 10종, 고등학교 20종 등 46종이 접수됐다.
평가원은 지난달 하순 21개 출원사에 합격 여부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가원은 오는 23일까지 이의신청을 받은 뒤 11월 29일 관보를 통해 최종 합격 공고를 할 예정이다.
이주호 "법적으로는 교육부 직원도 집필 가능"…담당 국장 "행정 오류"
앞서 지난달 24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국회 교육위원회 현안질의 자리에서 "공고문(교과용 도서 검정 실시 공고)에는 교육부 직원은 (저작자로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없다"며 "그걸로 볼 때 (기준을) 충족 안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야당 의원들의 잇따른 질의에 '판단 기준은 공고문'이라며 "법적으로 보면 교육부 직원도 (교과서 집필을) 할 수 있다"고 답변하기까지 했다.
평가원의 '교과용 도서 검정 실시 공고'(2023.1.27) 상 저작자 요건으로 '검정 신청일 현재 교육부 교과용도서 심의회 위원 임기 중이 아닌 자'로만 나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평가원의 '2024년 교과용 도서 검정 신청 안내'(2023.10.26)에 따르면 "저작자는 검정 신청일 현재(2023년 12월 11일~14일) 교육부 및 검정 심사 기관 소속이 아닌 자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와 관련해 소은주 교육부 책임교육정책관은 당시 "(교과용 도서 검정 실시) 공고가 2023년 1월에 나갔다"며 "공고에 없는 기준을 넣은 평가원의 '2024년 교과용 도서 검정 신청 안내'는 행정 오류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교육부 직원, 검정 교과서 저자 배제 원칙'…2013년 이후 10여년간 고수
하지만 국회 교육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실에 따르면, 평가원의 '2013년 검정신청 설명회 자료집' 이후 총 9차례에 걸쳐 "저작자는 검정 신청일 현재 교육부 및 검정 심사 기관 소속이 아닌 자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2013년 검정신청 설명회 자료집, 2014년·2017년·2018년·2019년 교과용 도서 검정 신청 안내 자료집, 2019년 역사과 교과용도서 검정신청 안내 자료집, 2021년·2022년 초등 사회과 교과용도서 검정 신청 안내 자료집, 2024년 교과용 도서 검정 신청 안내 자료집 등이다.
이 중 공고와 안내 자료가 일치하지 않는 것은 4건이 있다. 오히려 2018년 역사과 교과용도서 검정 실시 공고 이후 "저작자는 검정 신청일 현재 교육부 및 검정 심사 기관 소속이 아닌 자여야 한다"는 부분이 빠지게 된 부분이 규명돼야 할 점으로 꼽힌다.
평가원이 지난 2013년 이후 10년 넘게 검정 교과서 저자 요건에서 교육부 직원을 철저히 배제해 왔지만, 교육부는 이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소은주 정책관은 최근 교육부 국정감사를 앞두고 "기관(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다음부터는 주의하도록 검정 과정을 돌아보고, 그런 오류가 없도록 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공고와 안내문의 내용을 교육부 직원도 집필이 가능한 방향으로 일치시킬 것인지'를 묻는 기자의 질의에 "즉답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다양한 의견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문수 의원은 "김건호씨 한 명 봐 주자고, 멀쩡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행정오류 기관으로 만든 셈"이라며 교육부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