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자유 통일 한반도가 실현된다면, 한반도는 물론, 인태(인도·태평양)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가 획기적으로 진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싱가포르 정부 산하 동남아시아연구소가 주최한 세계적 권위의 강연 프로그램 '싱가포르 렉처'에 참석해 "북한의 핵 위협이 사라지고 국제 비확산 체제가 공고해지면서 역내 국가 간, 지역 간, 평화와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대폭 활성화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국과 싱가포르는 1975년 수교 이래, 서로를 믿고 지지하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의 협력을 강화해 왔다"며 "오늘날 양국은 첨단 기술과 혁신산업 생태계를 기반으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복합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전략적인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전날 한-싱가포르 정상회담을 통해 내년에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제 한-싱가포르 파트너십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며, 양자 협력을 넘어 한-아세안(ASEAN) 관계도 힘차게 견인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 발표한 '8·15 통일 독트린'을 언급하며 "대한민국의 자유 가치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북한에 자유 통일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널리 전파하면서, 이러한 통일 한반도를 구현하기 위한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강화해 나가겠다는 다짐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강압으로부터의 자유, 일방적 현상 변경으로부터의 자유, 민의를 왜곡하는 가짜뉴스와 허위 조작 정보로부터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공감할 것"이라며 "자유롭고 열린 통일 한반도가 실현된다면, 이는 자유의 가치를 크게 확장하는 역사적 쾌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통일 한반도는 가난과 폭정에 고통받는 2천 6백만 명의 북한 주민들에게 그토록 간절히 바라는 자유를 선사하는 축복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또 "큰 자유를 얻게 된 한국은 역내와 국제사회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 더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며 아세안 국가에서 개최하는 연합훈련 적극 참여, 불법 어업 행위에 대한 역내 도서국들의 실시간 원격 감시 역량 강화 사업 추진 등도 밝혔다. 그러면서 "역내 해상에서의 불법 거래 수요가 대폭 줄어들고, 보다 안전하고 자유로운 항행 질서를 보장할 수 있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인태 지역의 중심부에 위치한 아세안 국가들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할 수 있도록, 디지털, 교육, 기후 대응, 스마트시티, 교통 인프라에 대한 ODA(공적개발원조) 지원을 더욱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며 "올해 12월에 아세안, 태도국, 인도양 지역국, 유럽국 다수가 참여하는 '인도태평양 고위급 포럼'을 개최해 인태 지역 협력 활성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유롭고 열린 통일 한반도의 실현과 개방된 한반도를 연결고리로, 태평양-한반도-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거대한 시장이 열릴 것이라며 "에너지, 물류, 교통, 인프라, 관광에 걸친 활발한 투자와 협력의 수요가 분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앞으로 한국은 민관이 두루 참여하는 '국제 한반도 포럼'을 활성화시켜서, 국제사회와 함께 자유롭고 열린 통일 한반도의 실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싱가포르 렉처는 동남아연구소가 싱가포르 외교부 후원으로 자국을 방문하는 주요 정상급 인사를 초청해 연설을 듣는 세계적 권위의 강연 프로그램이다. 싱가포르 통화청 출연금을 기반으로 동남아연구소가 1980년에 창설했고, 같은 해 10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 시카고대 교수가 첫 강연에 나섰다.
이어 2회 강연자로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초청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이 연사로 나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