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득구 의원 "환경부, 학계·언론 동원 구시대적 공작"

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환경부가 전국 시행을 유예한 일회용컵 보증금제도 대신 '무상제공 금지' 정책을 대안으로 추진 중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환경부는 대안 추진 과정에서 학계를 동원한다는 등 논란 소지가 있는 계획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8일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환경부 내부문서를 공개했다.
 
대외주의(외부유출 주의) 등급의 이 내부문서에는 '일회용컵 관리방안(안)'이라는 소제목 아래로 '(일회용컵 무상제공금지) 일회용컵의 근본적인 감량을 위해 원칙적으로 무상제공 금지제도를 도입하여 소비자의 선택·책임 강화'가 적시됐다.
 
문서는 이어 '(보증금제 자율시행) 제주 사례 등을 고려, 제도 폐지보다 지자체 또는 민간의 자율판단에 따라 시행할 수 있도록 개편'이라고 정리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확대 정책을 폐기하고 카페 등에서 소비자가 일회용컵을 원하는 경우 유상판매토록 한다는 의미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실이 열람해 타이핑한 환경부 대외주의 문건. 강득구 의원실 제공

대안 정책 실현을 위해 환경부는 학계나 언론을 동원한 홍보, 업계의 국회 압박 유도, 관련단체의 지지 유도 등 '선전전'도 기획한 정황이 드러났다.
 
문서에서 '추진전략 및 향후계획' 소제목 아래에는 '실질적인 (제주 등) 선도지역 성과분석 및 대안마련은 우리부가 주도, 결과는 학계 전문가 그룹을 활용하여 공개'라고 적시됐다. 강 의원은 "학계가 대신 발표하게 해 신뢰를 얻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또 '소상공인 및 관련업계가 국회를 대상으로 문제 제기토록 유도(국감 전후)', '자원순환시민연대가 (무상제공 금지) 대안에 대해 지지표명 유도(10월)', '여야가 각각 발의하도록 한 후 병합심사 유도' 등 계획도 담겼다.
 
특히 '기획기사를 통해 현행 제도 문제점, 해외제도사례, 대안 제시(10월~11월, 3회)' 등 언론사 포섭 의도로 읽힐 소지가 있는 내용마저 포함됐다. 강 의원은 "노골적인 여론조작 의도가 드러나는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실이 열람해 타이핑한 환경부 대외주의 문건. 강득구 의원실 제공

강 의원은 문건 내용 일부가 실행된 정황도 제시했다. 문건의 '장관님 대외메시지 검토' 부분에서는 '무상제공 금지가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내비칠 필요'가 제시됐다. 그런데 이날 국감에서 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유럽의 경우 무상제공을 금지하고 필요하면 돈으로 사라는 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학계, 업계, 언론을 동원해 국민의 눈을 가리겠다는 구시대적 공작 문건"이라며 "윤석열정부 출범 후 정책이 크게 후퇴한 점을 볼 때, 환경부의 비상식적 일회용컵 확대 폐기 추진이 용산의 지시나 압박 때문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보증금제는 정부가 지원해서 일회용컵을 줄이고 재활용하는 방식인데, 무상제공 금지는 국민에 부담을 지워서 해결하겠다는 방식으로 옳지 않다"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실이 열람해 타이핑한 환경부 대외주의 문건. 강득구 의원실 제공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카페 등에서 일회용컵에 음료를 담아 판매할 때 300원의 자원순환보증금까지 지불받았다가, 소비자가 컵을 매장에 반환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제도다. 2022년 6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현 정부 들어 시행 연기가 거듭돼 현재 제주도와 세종시 두 곳에서 '선도사업'만 진행 중이다.

한편 환경부는 이와 관련해 설명자료를 내고 "'일회용컵 무상제공 금지'를 충분한 의견 수렴없이 시행할 계획이 없다"며 "무상제공 금지는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기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이나, 당장 시행할 수 있는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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