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공정성 시비 자초한 '1인 대담'…TV토론 취지 무색

10·16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3일 진보 진영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후보(왼쪽)와 보수 진영 조전혁 서울시교육감 후보가 각각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돈봉투 살포와 조직동원으로 상징되던 운동장 유세의 폐단을 막기 위해 1990년대에 도입된 것이 TV토론이다. 불법과 고비용의 선거문화를 뜯어고치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유권자들은 안방에서도 후보자들의 자질과 능력, 인품을 비교 평가해 지지후보를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이런 애초의 취지가 무색하게 10.16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를 앞두고 후보자 TV토론이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고 있다. 서울시선관위가 7일 방영되는 후보자 TV토론에 보수 진영 조전혁 후보만 초청해 1인 대담 형식으로 진행하려하자 진보 진영 정근식 후보가 이에 항의하며 '초청 외 후보자'들만의 토론회 참여를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조전혁 후보에겐 단독 대담으로 30분을 배정한 반면 나머지 3명의 후보에겐 합동토론 30분을 제공한다는 것인데, 정근식 후보는 "한 사람의 후보를 놓고 일방적으로 시간 배정하면서 홍보 프로그램으로 전락했다"며 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접수하고 토론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선관위 주최 TV토론회 초청 대상은 최근 4년 이내에 해당 선거구에서 실시된 선거에서 10% 이상 득표했거나, 선관위가 인정하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5% 이상을 획득한 후보로 규정돼 있다. 최근 CBS와 쿠키뉴스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진보 단일후보인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와 보수 단일후보인 조전혁 전 의원은 20%대 지지율을 보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선관위는 현행 선거방송토론회 관련 규칙상 지상파 TV와 종편, 전국 종합일간지에서 의뢰한 조사만 해당된다는 이유로 두 개의 여론조사 결과를 배제했다. 
 
문제는 현행법규에 규정된 언론사 중 어느 곳도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았다는데 있다. 전국 네트워크를 가진 지상파 방송 CBS가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후보들의 지지율 윤곽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 마저 채택하지 않고 토론회 파행을 자초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교육감선거는 대선이나 총선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앞으로 언론사 여론조사를 참고할 수 없는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 그 때마다 출마경력이 없는 후보자를 배제한다면 선관위가 스스로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과 다름없다. 
 
특히 2년 전 경북도교육감 선거에서도 '여론조사가 없다'는 이유로 재선에 도전했던 임종식 후보에게만 초청후보 자격을 부여했던 전례가 있었던 만큼 그동안 뒷짐을 진 선관위가 과연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할 의지가 있는 지 묻고 싶다. 
 
가뜩이나 깜깜이 선거라는 지적을 받는 교육감 선거 아닌가. 맞대결 토론이 없는 TV토론은 후보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다. TV토론을 도입하게 된 취지가 결코 퇴색되지 않도록 선관위는 후보자 간 정책대결을 통해 유권자들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시급히 개선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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