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 날' 행사에 반응보인 北 "핵보유국 앞에서 졸망스러운 처사"

김여정, '국군의 날' 행사 및 尹대통령 비난 담화 3일 밤 발표
8월 초부터 남한 언급 않다가 국군의 날 행사에는 반응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국군의날 시가행진 중 세종대왕상 앞 관람 무대에서 제병 지휘부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두 달 가까이 대남 메시지를 내지 않던 북한이 국군의 날 기념식과 시가행진에는 반응을 보였다.
 
국군의 날 행사에 등장한 탄두 중량 8t의 현무-5 미사일과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 등을 한껏 깎아내리며 윤석열 대통령을 비난하는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가 3일 밤에 나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 부부장은 이날 북한의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들개무리의 '힘자랑'인가, 식민지고용군의 장례 행렬인가-대한민국의 '국군의 날' 기념행사를 지켜본 소감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담화를 발표했다.
 
김 부부장은 국군의 날 행사에 대해 "힘의 대결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아무리 조급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해도 이것은 핵보유국 앞에서 졸망스러운 처사가 아닐 수 없으며 저들이 비핵국가의 숙명적인 힘의 열세의 벽을 넘지 못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스스로 증명한 것"이라고 강변했다. 
 
김 부부장은 현무-5 미사일을 거론하며 "우리 방사포 1대의 투발 능력은 재래식 탄두의 폭약 량으로 환산하면 900t의 폭발력과 맞먹는 것으로 계산 된다"며 "쓸모없이 몸집만 잔뜩 비대한 무기를 자랑이라고 꺼내들고 그 누구의 '정권종말'을 운운할 수가 있었겠는가"라고 비아냥댔다. 
 
김 부부장은 특히 윤 대통령의 기념식 발언에 대해서도 "전쟁열에 잔뜩 들떠 돋구어댄 대결 악청은 종말을 앞둔 자의 최후비명"이라면서 "허세 부리기에 열을 올렸지만 불안 초조한 심리의 여과 없는 노출"이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김 부부장은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서는 "우리 국가수반은 만약이라는 전제조건을 달기는 하였지만 대한민국이 한미동맹에 대한 지나친 과신에 빠져 반공화국 군사적 대결을 기도하려한다면 수중의 모든 공격력을 주저 없이 사용할 입장을 재천명했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북한은 지난 8월초부터 남한에 대한 언급 자체를 회피해왔다. 대한적십자사의 수해지원 제의와 윤 대통령의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해서도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무시하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김여정은 지난 달 24일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 버몬트함의 부산항 입항과 관련해 자신들의 정찰 능력을 과시하는 담화를 발표했으나 이는 남한보다는 미국을 향한 메시지였다.
 
남한 정부를 상대하지 않겠다는 태도의 북한이 김여정 부부장을 통해 국군의 날 행사와 함께 윤 대통령을 비난하는 메시지를 낸 데는 김 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남한의 국방력과 한미동맹을 한껏 폄훼하는 주장들로 채워졌지만 역설적으로 이를 의식한 담화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우리 군과 한미동맹의 결연하고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 종말의 날이 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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