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가 벼 수확철을 앞두고 급속히 확산된 전남의 벼멸구 피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줄 것을 정부에 거듭 요구했다.
전남 해남에서 20여 년째 벼농사를 짓고 있는 50대 A씨.
올해 2만 평 정도 농사를 짓는 A씨는 전체 논의 60% 정도에서 직·간접적인 벼멸구 피해가 발생했다. 이씨는 벼멸구 피해가 이렇게 극심했던 적은 처음이라며 막막해했다.
이처럼 벼멸구 피해가 광범위하게 확산하자 전라남도가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김영록 전라남도지사는 2일 오후 전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벼멸구 피해 재해인정과 함께 피해가 심한 일부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달라"고 촉구했다.
김 지사는 올해 벼멸구가 폭발적으로 발생한 원인은 폭염과 이상고온에 있는 만큼 자연재해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올해 전남지역 평균 기온은 평년보다 2.6도 높은 27.2도였으며 폭염 일수도 평년보다 22.7일이 많은 32일이었다.
이로 인해 벼멸구 부화일이 7.9일로 단축됐고 산란 횟수도 2회에서 3회로 늘면서 벼멸구가 크게 확산됐다는 분석이다.
전라남도는 벼멸구 피해를 막기 위해 긴급 방제비 63억 원을 투입하는 등 행정력을 총동원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남지역에서는 전체 벼 재배면적의 13.3%인 1만 9603헥타르에서 벼멸구가 발생했으며 이는 평년과 비교할 때 4배 이상 크게 늘어났다.
특히 벼멸구 피해는 고흥과 해남, 보성, 장흥, 무안, 함평에 집중됐다.
김영록 지사는 "올해 농민들은 일조량 부족, 집중호우, 역대급 폭염 등 역사상 유례없는 이상기후로 농업 분야에만 12차례 재해가 발생하는 등 농업인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며 "지난 2014년과 2022년 정부는 벼 이삭도열병을 재해로 인정해 각각 1만 5천ha에 27억 원과 4만ha에 331억 원을 지원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지사는 "'농사는 하늘이 짓는다'는 말이 있다. 일상화되는 이상기후는 농촌 현장에서 기후재난 현실이 됐다"며 "쌀값 폭락과 농자재 등 생산비 상승, 이상기후로 발생한 벼멸구 피해 등 참혹한 농촌 현장의 고통이 덜어지도록 정부의 신속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거듭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벼멸구 피해를 입은 벼를 등급과 별개로 매입하겠다는 입장만 밝힌 가운데 입장 변화를 보일지 주목된다.
한편 앞서 전남도는 그동안 벼멸구 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농식품부 장관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여야 국회의원 등에 총 8차례 벼멸구를 재해로 인정해 줄 것과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건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