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 백은 접견 입장권" 최재영, 검찰에 여러 번 강조했다

검찰, 명품 가방 사건 김건희-최재영 불기소
최 목사 검찰 조서·접견 복기록 일부 공개
일관된 진술 "접견 위한 수단…순수한 선물"
최 목사, 최근 태도 바꿔 처벌 자처하고 나서
검찰 "최 목사 유죄 확신 없이 기소 못 해"

최재영 목사가 지난달 27일 오전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가 검찰 조사에서 "디올 백은 김 여사를 접견하기 위한 하나의 입장권이자 티켓"이라는 취지로 반복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이 사건 관련자를 모두 불기소 처분하면서 김 여사가 받은 금품에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고, 그 핵심 근거로 최 목사의 진술을 내세웠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2일 명품 가방 의혹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같은 취지의 진술이 담긴 최 목사의 검찰 조서를 일부 공개했다. 수사팀은 이날 김 여사와 최 목사, 윤석열 대통령,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 이명수 기자 등 명품 가방 의혹 사건 피고발인 5명에 대해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이 제시한 최 목사 진술은 지난 5월 13일과 31일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 피의자 조사 과정에서 나왔다. 해당 조서를 보면 최 목사는 검찰에 "디올 백은 (김 여사를 만나기 위한) 하나의 입장권이자 티켓", "접견을 이끌어내는 수단" 등 김 여사에게 건넨 금품이 김 여사 접견 기회를 얻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2022년 6월 건넨 샤넬 화장품에 대해서도 최 목사는 "순수한 마음으로 준비한 취임 축하 선물이었다"고 진술했다.

수사팀은 최 목사가 검찰 출석 전인 2023년 8월 스스로 작성한 김 여사와의 접견 복기록도 확보해 내용을 살폈다. 검찰 관계자는 "해당 복기록에서도 최 목사는 김 여사와의 개인적 관계에 의한 선물이며 뇌물이나 청탁 용도가 아니라고 스스로 적었다"고 밝혔다. 최 목사는 유튜브 등 방송에 출연해서도 여러 번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은 전혀 아니다", "순수하게 공익적 통일 시민운동가로서 언더커버(잠입취재)가 본질이지 직무 관련성을 연결하면 안 된다"라고 했다.

서울의소리 유튜브 캡처

심지어 최 목사에게 300만원 상당의 디올 백과 180만원 상당의 샤넬 화장품을 구매해 전달한 서울의소리 기자 역시 검찰 조사에서 "(샤넬) 화장품은 순수한 취임 축하 선물로 준비한 것"이라고 검찰에 밝혔다. 검찰은 이런 관련자 진술과 카카오톡 대화 등 물증을 토대로 김 여사가 최 목사로부터 명품 가방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접견을 위한 선물이었을 뿐 윤 대통령 직무에 관한 청탁 목적으로 준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최 목사는 최근 들어 태도가 바뀌었다. 김 여사에게 △김창준 미 하원의원의 국정자문위원 위촉 △김 전 하원의원의 국립묘지 안장 △통일TV 재송출 등을 구체적으로 청탁했고, 그 대가로 고가의 금품을 건넸다며 자신에 대한 처벌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최 목사에 대한 별도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까지 열렸고 8대 7로 기소 권고 결정까지 나왔다.

하지만 검찰은 오락가락하는 최 목사의 이런 진술 태도를 믿고 직무관련성을 인정해 최 목사를 기소할 수는 없었다고 토로했다.

검찰 관계자는 "뒤바뀐 주장을 의지해 최 목사를 기소할 경우 공소유지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사로서 유죄 판결 확신 없이 기소할 수는 없다. 일부 수심위 위원이 법원의 판단을 한 번 받아보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기사를 봤지만, 그런 식의 기소는 법률 전문가로서 무책임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최근 1년간 서울중앙지검이 기소한 사건의 1심 무죄율은 약 2%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기소 사건의 98%가 유죄가 선고된 것"이라며 "수심위 논의 내용을 참고는 하지만 형사소송법상 기소 여부는 검사가 최종 책임을 지고 판단하는 것이 맞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검사의 유도 심문 때문에 대통령 직무 관련성을 부인할 수밖에 없었다는 최 목사의 주장에 대해서도 검찰은 반박했다.  

검찰은 "두 번의 조사 모두 변호인 동석 하에 영상 녹화를 진행했고 어떠한 이의제기나 반발도 없었다. 특히 최 목사는 자신의 조서를 열람한 뒤 '대충 넘어간 것이 하나도 없고 완벽에 가까울 정도'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