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최대 수요가 발생하는 천연가스의 가격이 최근 연고점에 육박했다. 현재까지는 예상치 범위이지만, 올겨울 라니냐 현상으로 혹한이 찾아올 가능성이 커 가격 폭등 우려가 나온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제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8월 말 100BTU(영국열량단위)당 2.085달러에서 지난달 27일 2.902달러로 한 달 사이 39% 급등했다. 연고점인 3.193달러(6월 11일)를 10% 남겨둔 수치다.
이 기간 천연가스 선물 ETN 환헤지(hedge) 상품도 14% 안팎의 상승을 기록했다. ETN(상장지수증권)은 운용사가 기초자산을 실제 보유하는 ETF(상장지수펀드)와 달리, 발행사가 기초자산의 성과를 보장하며 만기가 있는 파생결합증권이다.
최근 가격 상승의 원인은 허리케인 '헬렌'의 영향으로 미국 멕시코만에서 천연가스 생산 17%가 중단된 영향이라는 분석이 있다.
다만 앞서 유럽 천연가스도 8월 평균 MWh(메가와트시)당 38.3유로를 기록하며 전월 대비 18% 상승했다.
이처럼 최근 전 세계적인 천연가스 가격 상승의 원인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여파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우크라이나를 통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유럽으로 공급하는 수송 협정이 올해 말 만료된다. 우크라이나는 이 협정을 연장하거나 새로운 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유럽은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 비중을 2021년 41%에서 올해 11%로 줄였기 때문에 전쟁 초기와 같은 대규모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같은 기간 러시아 대신 천연가스 수입 비중이 24%에서 32%로 커진 노르웨이가 최대 규모의 정기 보수에 나서면서 공급 규모가 크게 줄었다. 8월 말 노르웨이의 가스 공급량은 15억 4천만㎥로 올해 평균보다 3억㎥가 감소한 탓에 공급 차질 리스크가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또 최대 수요가 발생하는 겨울철을 대비한 재고 확보가 천연가스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천연가스의 전체 수요 중 65%가 주거‧상업‧제조업의 계절성 요인으로 재고는 10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감소한다. 이에 따라 9월부터 본격적인 재고 확보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올겨울 라니냐로 인한 '혹한'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서태평양의 수온이 상승하고 동태평양의 수온이 내려가는 현상인 라니냐가 발달하면, 시베리아 고기압이 강화해 차가운 공기가 국내에 유입된다. 이에 따라 혹독한 겨울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여름 40도의 폭염을 예상했던 계명대 김해동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라니냐 현상이 나타나면 우리나라와 북미 대륙에 북극 한파가 강하게 내려올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영하 18도 이상 떨어지는 추위와 미국 텍사스의 한파가 발생한 2021년, 2022년 겨울과 올해 겨울이 비슷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신증권 최진영 연구원은 "이미 동태평양 연안 해수면 온도는 평년 대비 0.5도 낮은 라니냐 구간에 들어섰다"면서 "공급이 여전히 낮은 레벨을 유지하는 천연가스는 연말 6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 황유선 책임연구원도 "유럽의 천연가스 수요가 최대로 증가하는 겨울철 날씨가 변수"라며 "골드만삭스는 겨울 기온이 평년보다 크게 하락할 경우 유럽의 난방 수요가 대폭 증가하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지금보다 50% 이상 상승한 60~80유로/MWh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