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에 유전자 가위로 혈액 질병 있는 유전자를 고쳐서 치료하는 기술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했습니다. 이제 시작인 거에요. 우리 현실은 '이거 하면 안돼', '법에 걸려' 이렇습니다. 그래서 그냥 편하게 살았어요. 그런데 이래선 안 될 거 같아요. 줄기세포 주사 맞으러 해외에 가는 거 방치하는 거 안되겠더라고요.
전략을 다시 세웠습니다. 이 실험을 외국에 가서 하자! 대만이 (규제가 비교적) 자유로워서 대만에 연구실을 준비하고 있어요. 문을 안 열어주니까 외국에 가는 거죠. 사실 카이스트도 책임은 없는 거에요. 그런데 한국만 못하고 다른 나라에서유전자 편집 기술 개발해서 질병 다 고치면 어떻게 되겠어요. 우리가 이렇게 하고 있긴 한데… 외국에 안 가게 해줘요. (일동 웃음)"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 21세기 필연 기술과 대한민국의 전략 국회 강연 中)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이 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특별 강연을 했다. 주제는 '필연 기술(inevitable)과 대한민국의 전략'. 이 총장은 인류 발전에 필연적이며 피할 수 없는 기술을 '필연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이 총장이 필연 기술이라고 본 건 ①인공지능(AI)와 반도체 ②줄기세포와 유전자가위 ③기후와 에너지 기술이다. △편의성 △건강 욕구 △인류 생존이라는 세 가지 인간 본능 측면에서 봤을 때 꼭 필요한 기술이라고 분류했다.
우선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중심에 있는 AI와 반도체 기술에 대해선 '희망적'으로 봤다.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 번째로 삼국지 속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처럼 독자 영역을 구출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유는 '독자적 포털'을 보유한 나라 가운데 하나라서다.
그는 "아직은 기술 격차가 좀 있고 자본이 약하지만, 우리에게는 '역사 의식'이란 게 있다는 게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일본이나 영국은 자국의 포털이 없기 때문에 AI 시장에서도 독자적으로 AI 세상을 구축하겠다는 생각을 못하는데, 우리는 우리만의 포털이 있기 때문에 우리 AI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까지 나아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AI의 주요 응용 분야로 '자율주행차'를 언급하면서 국내의 과도한 규제도 언급했다. 구글, 테슬라 등 미국 기업들이 자율택시를 운영하며 선도하고 있고, 중국 기업이 규제 없이 질주하는 가운데 한국의 경우 개인정보보호 한계나 과도한 규제로 제대로 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 총장은 "국내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타인의 동의 없이 얼굴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면서 "근데 자율자동차가 지나가면 길가에 장애물을 볼 때마다 계속 사진을 찍어야 한다. 그게 다 법에 걸리기 때문에 현재는 카메라에 사람 얼굴이 들어오면 바로 모자이크를 넣는 방법을 쓰고 있다. 이래서는 경쟁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카이스트는 △AI와 반도체 기술을 위해서는 네이버와 인텔과 손을 잡고 있고, △유전자 가위 등의 기술을 위해서는 해외 연구소를 열 계획이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선 인공 광합성 연구소를 세운다. 이 총장이 콕 집은 필연 기술을 위한 카이스트의 전략이다.
이 총장은 "올림픽 출전할 때 모든 선수들은 올림픽 규정을 따르지만, 이 기술 경쟁은 올림픽처럼 세계의 규정이 없고, 각자 나라의 규제에 따라간다"면서 "다들 간편한 복장으로 마구 뛰는데 우리만 한복 입고 뛸 수는 없다"면서 필연 기술을 위한 법 제도 개선을 강조했다.
그는 '규제 프리(free) 연구소'라는 대안도 제시했다. 이 총장은 "과거 마산 수출 자유 구역이 있었다"면서 "우리 전체를 다 바꾸기는 어려우니까 구역을 정해서 규제 없이 마음대로 실험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드론 시장의 80퍼센트를 차지하는 기업이 중국의 DJI입니다. 사실 드론 기술은 별 게 아니에요. DJI도 홍콩 과기대 학생이 만든 회사인데 지금은 세계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카이스트도 드론을 날리려고 했어요. 그런데 드론을 날리려면 경찰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지금도 그래요. 게임이 안 되는거죠. 이건 일자리 몇 십 만개를 잃는 것과 같습니다. 규제 특별 지역이 있어야 하는 이유지요. 연구비 1조원을 더 주는 것보다 규제를 풀어주는 게 더 효과적입니다. 연구비 깎으라는 말이 아니에요. 규제를 풀어주는 게 더 훨씬 효과적이라는 말입니다.(일동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