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년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 여부를 두고 24일 공개 토론회를 연다. 당은 추후 관련 법안 심사, 의원총회 등을 거쳐 당론 채택 절차를 밟아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투세를 반대하는 여론의 거센 압박 탓에 당 지도부도 '시행 유예' 쪽으로 기울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 토론회가 생산적 논의의 장이 될지, 요식행위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토론회 시작 전부터 '답정너' 비판…'문자 논란'에 與 "작위적 역할극"
민주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어떻게?'란 이름의 정책 디베이트(토론회)를 개최한다. 토론은 금투세를 보완할 수 있지만 예정대로 내년 1월 1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찬성)과 일단 유예해야 한다는 주장(반대)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시행팀은 김영환(팀장)·김성환·이강일·김남근·임광현 의원으로, 유예팀은 김현정(팀장)·이소영·이연희·박선원 의원 및 김병욱 전 의원으로 구성됐다.
토론회 시작 전부터 당 안팎에선 '이미 답이 유예 쪽으로 정해져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감지된다. 민주당은 금투세가 문재인 정부 때 도입이 추진됐고 의원들도 취지엔 동의한다며 당장 '폐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시행을 주장하는 의원들을 향해선 문자 폭탄이 쏟아지고 있고, 반대 측엔 후원 문의가 쇄도하는 상황에 최근 '유예' 쪽 목소리가 도드라지는 모양새다.
여기에 당 지도부도 유예 쪽으로 기울었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이언주·김민석 최고위원이 이미 '유예' 입장을 밝혔고 이재명 대표도 '제도를 보완하되 오는 1월 시행하자'는 의견에서 '유예' 쪽으로 기울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부터 금투세에 대해 '유예 또는 완화' 입장을 밝혀왔는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중도 확장을 위한 '우클릭'이라는 평가가 중론이었다. 때문에 이번 토론회도 '유예론'에 명분 쌓는 용도로만 활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또 토론회 시행팀에 속한 이강일 의원이 금투세 시행에 반대하는 유권자의 문자 메시지에 "이번 토론은 역할극의 일부"라는 취지로 답변한 사실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토론회가 요식행위가 아니냐는 의심에 부채질을 한 셈이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약속 대련에도 미치지 못하는 작위적인 역할극"이라 맹비난하며 야당을 향해 금투세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거듭 압박했다. 이에 민주당 지도부는 이 의원의 메시지에 대해 "토론회 취지에 대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하며 뒷수습에 나섰다.
'금투세 보완 패키지법' 발의 등 시행 논리도 팽팽…李 선택은?
다만 민주당 내에서도 금투세 도입이 '공정한 조세 원칙에 맞는다'며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논리도 만만치 않아 결론을 예단하긴 어렵다. '이재명 1기' 지도부 때부터 금투세 시행을 주장한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2기 지도부에서 유임돼 굳건한 상황이다. 국세청 차장 출신으로 당내 조세 전문가인 임광현 의원은 지난 20일 금투세 시행 부작용 보완을 위해 소득세법 개정안 등 6건의 '금투세 보완 패키지법'을 발의했다. 금투세의 기본공제를 상향하는 내용이 골자로, 임 의원은 "금투세는 자본소득에 정당하게 과세하고, 중산층 재산 증식은 보호하는 합리적 금융 세제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외부에서는 군소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금투세를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 4당은 시민단체와 함께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투자소득세를 유예 없이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향해 "근로소득은 철저히 과세하면서 금융소득은 과세하지 않고, 2년 연속 세수 펑크가 가시화되고 자산 불평등이 심화하는데도 금투세 시행을 미뤄야 하는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고 비판했다.
향후 민주당의 금투세 관련 당론은 토론회 후 소관 상임위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법안 심사와 추가 의원총회 등을 통해 정해질 전망이다. 이재명 대표는 2022년 말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듬해 도입하기로 했던 금투세를 유예하기로 한 바 있는데, 이번 토론회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지도부가 유예론에 무게를 싣고 있어 보완책을 마련한 후 유예를 택하지 않을까 싶다"며 "다만 대선 무렵엔 말이 많아질 수 있기 때문에 그 전에 시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