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구하기 나선 '백기사' 대기업들…MBK·영풍 셈법 복잡

고려아연, MBK·영풍 연합에 본격 반격
기자회견 열고 공개매수 작심 비판할 듯
대기업 우군 합류에 고려아연 반격 속도
고려아연 세결집에 MBK·영풍 전략 고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연합뉴스

고려아연이 MBK·영풍의 연합 전선에 반격의 칼을 빼든다. MBK·영풍의 동맹 선언 이후 대응 전략 마련에 긴박하게 움직여온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마감일을 열흘 앞두고 본격적인 대항에 나서기로 방침을 세운 것이다.

여기에는 주요 대기업을 필두로 고려아연의 편에 서기로 한 우군들의 합류가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MBK·영풍의 셈법이 복잡해지는 가운데 양측의 물러설 수 없는 경영권 분쟁은 이제 후반전으로 접어들고 있다.


고려아연, 작심 기자회견 예고


고려아연은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전개되고 있는 MBK·영풍과의 경영권 분쟁 상황에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MBK·영풍의 연합 이후 고려아연이 공개석상에서 의견을 표명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려아연은 MBK·영풍이 진행중인 공개매수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이에 대응할 방안까지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기자회견에는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삼촌인 최창영 명예회장과 회사의 비철금속 제련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지난 1985년 고려아연에 입사해 40년간 성장을 이끌었다. 고려아연과 영풍의 동업 역사는 물론 최근의 갈등 상황까지 두루 알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이 부회장 주도의 기자회견을 여는 데에는 그만큼 MBK·영풍의 공세에 맞대응할 태세가 갖춰졌기 때문이라고 바라본다. 실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지난 13일 MBK와 영풍이 고려아연의 지분을 공개매수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추석 연휴를 포함해 현재까지 우호세력 확보와 자금 마련에 분주히 움직였다고 한다.

주요 대기업, 고려아연 백기사로


최 회장의 반격에는 무엇보다 고려아연 주식을 보유한 주요 대기업이 백기사로 나선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우군으로는 먼저 고려아연 지분 7.75%를 보유한 한화그룹이 있다.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최근 회동해 진행상황을 공유하고 협업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알려졌다. 두 사람은 미국 세인트폴 고등학교 동문으로 막역한 사이라고 한다.

고려아연 지분 1.89% 보유한 LG화학과 0.75%를 갖고 있는 한국타이어도 최 회장 편에 서기로 결정했다고 전해진다. 고려아연 지분 5.05%를 들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사업상 협력 관계를 고려할 때 우군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대차그룹이 합류하면 최 회장 측 우호지분은 33.99%로, MBK·영풍의 33.13%을 조금 앞선다.

다만 공개매수로 4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겠다고 선언한 MBK·영풍에 맞서려면 고려아연으로선 추가 자금이 필수적이다. 특히 최 회장이 MBK·영풍의 지분율 과반 확보를 저지하고 경영권을 방어하려면 최소 6.05%의 지분율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금액으로 따지면 9천억원 안팎이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 측이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이미 필요 자금 상당 부분을 확보한 상태로, 조만간 대항공개매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고려아연 세결집에 MBK·영풍 고심

고려아연·영풍 홈페이지 캡처

최 회장 측이 세를 불리면서 MBK·영풍 연합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앞서 MBK·영풍은 공개매수 가격으로 주당 66만원을 제시했는데, 현재 고려아연 주가는 70만원대로 이보다 높게 형성돼 있다. 지금의 주가 흐름이 계속 이어지면 시장 가격보다 낮은 공개매수에 주주들이 응하지 않고, 결국 연합 공세도 실패에 그칠 수 있다.

그렇다고 공개매수 가격을 올려도 고민이다. 가격을 올리면 공개매수 성공 확률은 높아지지만, 그만큼 투입해야 할 자금 역시 늘어나서다. 고려아연 지분 중 최소 6.96%를 확보하는게 MBK·영풍의 목표인데, 기존 가격이면 9505억원을 투입하면 되지만 공개매수가를 10%라도 높이면 필요 자금은 1조456억원으로 1천억원 가까이 늘어난다.

MBK·영풍이 기간 연장 없이 공개매수가를 높일 수 있는 기한은 오는 26일이다. 그 이후에 가격을 올리면 매수 기간을 10일 연장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 측에 시간을 벌어주지 않아야 하는 MBK·영풍으로서 26일을 넘기기 이전에 어떤 결단이라도 내릴 거라고 내다본다. 최 회장 측의 움직임은 MBK의 결단이 가시화한 27일 이후 속도가 붙을 걸로 예상된다. 대항공개매수에 나선다면 MBK·영풍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야 해 규모는 1조원이 부쩍 넘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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