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기준금리 빅컷(0.5%p 인하)을 결정한 데 이어 올해 안에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전망이다.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가시지 않는 상황에서 이미 신고가 랠리를 이어가는 금(金)이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제 금 선물 가격은 지난 2월 온스당 1996.4달러로 바닥을 찍은 이후 상승해 지난 23일 2656.1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0일에 이어 2거래일 연속 신고가다.
'안전자산'인 금이 33% 상승하며 '위험자산'인 S&P500 지수의 성과(22%)를 넘어섰고, 역사상 최고가 랠리를 펼치고 있다.
시장은 금의 상승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금은 그동안 미국 금리 및 달러 가치의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추가 상승의 매력이 남았다는 분석에서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5%p 인하하면서 올해 0.5%p, 내년에 1%p 추가 인하를 전망했다.
다만 2020년 10월 이후 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 속에서도 금 가격이 상승하며 전통적인 움직임과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또 높은 가격에 대한 부담으로 투자 심리가 꺾일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안전자산'이라는 변하지 않는 가치가 금 가격 상승을 이끌 것이란 관측에 힘을 싣는다.
즉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하는 경기침체 우려를 부르는 요소라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경기침체에 빠지지 않더라도 향후 발표되는 경제지표 하나하나에 이목이 쏠리면서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 현상이 빚어질 것이란 설명이다.
삼성선물 옥지회 연구원은 "침체에 대한 경계 자체가 내년까지 지속되며 금을 비롯한 자산 시장 변동폭을 확대시킬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실제 침체가 나타나든, 나타나지 않든 침체 우려는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이어지며 금값 상승을 부추길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도 금 가격을 밀어 올리는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미국의 국가부채는 35조달러(약 4경 6767조원) 규모인데, 법으로 정해진 부채한도를 끌어올리며 재정적자를 확대하고 있다. 어떤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대선 이후 재정 확대 정책을 펼 전망이다.
여기에 세계 질서가 다극화 체제로 재편되며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중국과 무역갈등 및 남중국해 긴장이 고조되고, 유럽 동맹국과 갈등 심화 등이 우려된다.
이런 따라 각국 중앙은행은 금 매입 속도를 높이며 대응에 나섰다. 금 수요에서 중앙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11%에 그쳤지만,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사이 23%로 뛰었다.
세계금협회의 조사를 보면 전 세계 70개 중앙은행의 29%가 향후 12개월 안에 금 보유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해 2018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고, 5년 후 금 보유 비중 전망도 '지금보다 높을 것'이라는 응답이 69%에 달했다.
국제금융센터 오정석 전문위원은 "중앙은행들이 미국의 재정상황 악화 및 정부부채 증가, 달러화 신뢰도 약화, 미국 국채시장 불안 등으로 금 보유 비중을 늘리고 있다"면서 "서방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신흥국은 러시아 제재 이후 달러화 비중을 줄이는 대신 금을 늘리는 추세"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