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의 여파에 따른 응급실 뺑뺑이 사례가 속출하면서 의료대란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충북 유일의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학교병원은 응급실 운영 축소도 불가피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오후 5시 30분쯤 청주시 서원구 개신동에서 20대 임신부의 양수가 터졌다는 신고가 소방당국에 접수됐다.
119구급대는 인근 14곳의 병원에서 모두 수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아 결국 2시간 만에 대전의 한 병원으로 이송했다.
청주시 서원구 사직동에서는 70대 폐렴 환자가 호흡 곤란 증세를 보여 119구급차에 올랐지만, 마땅한 병원을 찾지 못하다가 평택까지 가서야 받아주는 곳을 찾았다.
지난 추석 연휴에도 긴박한 상황은 여전했다.
지난 15일 영동의 한 논에서 80대가 넘어져 눈을 크게 다쳤지만, 가까운 대전권에서 병원을 찾지 못해 청주시 오창읍의 한 안과로 옮겨졌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수술까지는 여의치 않았고, 27곳의 병원을 수소문하다 충북대병원으로 겨우 이송됐다.
당시 충북대병원은 휴무였던 안과 전문의를 급하게 불러 수술을 진행했다.
소방 관계자는 "수용할 곳을 찾지 못하니까 이송이 가능한 곳을 계속 수소문할 수 밖에 없었다"며 "다행히 충청북도 비상의료관리상황반의 지원을 받아 충북대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충북대병원은 의료진의 피로도가 한계치를 넘었다고 판단하고, 다음달부터 일주일에 한 번 응급실 야간 운영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응급실 야간 운영을 중단하더라도 소아들을 대상으로 한 응급 진료는 정상 운영할 것으로 전해졌다.
충북대병원 관계자는 "주 1회 성인 야간 진료 제한은 응급·중증 의료체계의 붕괴를 막기 위해 다양한 대책 가운데 하나로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의료진의 체력 안배를 위한 보조 의료진과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을 적극 채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아프지도, 다치지도 말라'는 말이 서로의 인사가 될 정도로 의정 갈등의 짐을 고스란히 시민들이 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