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혐의 전 대구국세청장 무죄…세무공무원 5명은 유죄

증거 부족으로 전 대구국세청장은 무죄
세무공무원 5명은 유죄…모두 구속
뇌물 제공한 전직 국세청 직원도 징역형

류연정 기자

세무조사 편의 대가로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아온 전직 대구지방국세청장이 무죄를 선고 받았다.

대구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이종길)는 20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전 대구국세청장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A씨는 대구지방국세청장으로 근무하던 지난 2022년 세무공무원 출신 세무사 B씨로부터 조사시 편의를 제공해달라는 청탁과 감사금 명목 등으로 16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둘이 사적 친분이 없었고 25년간 교류하지 않은점, A씨의 부임 직후 관심이 주목되고 있던 때에 뇌물 수수시 공직생활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던 점, 뇌물이 오갔다고 주장한 시점 뒤에 한 번도 연락을 주고 받은 적이 없는 점 등으로 보아 실제 뇌물수수 행위가 있었는지 의심스럽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 만으로는 유죄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B씨가 A씨와 만난 구체적인 날짜나 상황을 진술하지 못하고 있는 점, 자신의 능력을 과장하기 위해 청장과 친분이 있다고 주변에 거짓말을 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도 무죄의 근거로 삼았다.

아울러 재판부는 당시 B씨가 다른 세무공무원들을 만나 청탁을 한 점 등이 확인된다며, A씨에게 주려고 인출했다는 현금을 다른 사람에게 지급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한편 이들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세무공무원 5명은 모두 유죄가 인정됐다. 이미 2명은 구속 기소된 상태였고 3명은 이날 법정구속됐다.

뇌물수수 또는 수뢰 후 부정처사, 허위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를 받는 이들은 각 징역 1년 6개월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 받았다. 일부는 벌금형도 함께 선고 받았다.

이들은 B씨로부터 청탁을 받고 추징해야 할 세금 규모를 축소시켜 주거나 세무 조사 과정에 편의를 제공하는 등의 대가로 각 천만원 이상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일부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뇌물을 제공한 B씨가 당시 상황을 상세히 기억하고 있어 진술에 신빙성이 있고 통화와 SNS 대화 내용, 입출금 내역도 그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직 국세청 직원임을 이용해 현직 세무공무원들에게 전방위적인 로비를 벌이고 적법하지 않은 청탁, 알선 행위를 한 B씨에게도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B씨의 경우 수사에 적극 협조한 점, 일부 세무공무원들이 적극적으로 뇌물을 요구해 이에 응한 점 등을 참작해 형량을 징역 1년으로 정했다.

뇌물 제공에 가담한 회사 대표 1명은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해 "국세청 공무원과 국세청 출신의 전관 세무대리인이 결탁해 세무 업무에 대한 공무상 비밀을 누출, 추징 세액 감액 등을 하고 그 대가로 뇌물을 수수한 사건으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또 "국가의 재산인 세금을 거래 대상으로 삼은 불공정, 국가 재산 약탈 행위"라며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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