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의 0.5% 포인트 '빅컷' 금리 인하 이후 이제 관심을 끄는 건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여부와 그 시기이다.
한국 은행 금융통화 위원회는 오는 10월 11일로 예정돼 있다.
시장에선 10월 혹은 늦어도 11월엔 한은이 금리 인하를 단행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위축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내렸던 2020년 3월 이후 4년 반 만에 이뤄진 것이다.
EU와 캐나다, 영국이 미국에 앞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렸다.
제롬 파월 미 연준의장은 이번 빅컷에 이어 올해 안에 추가적으로 최대 두 차례 금리를 더 내릴 수 있음을 내비쳤다.
그 동안의 고금리 기조를 깨고 금리 인하 추세가 본격화됐음을 의미한다.
현재로선 11월과 12월 각각 0.25% 포인트씩 2회 인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시장은 전망하고 있다.
미 연준의 이번 빅컷 금리 인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호황 국면을 이어온 미국 경제가 식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에 근접했다는 것이다.
파월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2%를 향해 가고 있다는 더 큰 자신감을 얻었다"며 물가가 목표 범위 내에서 관리되고 있음을 내비쳤다.
고용도 7월과 8월 비농업 신규고용 증가폭이 시장 전망을 훨씬 밑돌았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대대적인 양적완화를 통해 전 세계에 인플레이션의 고통을 수출하면서 나홀로 호황을 구가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미국 경제가 이제야 열기를 식히고 있음을 보여주는 반면, 우리 경제는 오랜 시간 내수부진의 고통에 짓눌려 온 게 사실이다.
내수관련 주요 지표들이 모두 심각한 부진이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 판매액 지수는 지난달 2.4% 떨어지면서 16개월 째 하락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제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 2분기 건설 투자는 1.7% 줄었고 설비 투자도 1.2% 감소했다.
지난 달까지 11개월째 연속 증가세를 보여온 대기업 주도의 수출을 제외하곤 내수 관련 지표들이 모두 부진의 늪에 빠져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행이 다음 달에 금리를 내릴 수 있는 근거는 이미 충분해 보인다.
다만 이번에도 걸림돌은 집값과 가계부채이다.
정부의 저금리 정책 대출과 주택담보 대출 증가를 등에 업고 끓어 오르던 서울 집값은 9월부터 스트레스 DSR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시행되고서야 겨우 진정 국면에 들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즉각적인 금리 인하는 겨우 진정시켜 놓은 가계 대출과 집값을 다시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가계부채 관리·집값 안정과 내수 경기 살리기라는 서로 배치되는 정책 목표 사이에서
한은의 고민은 깊어질 것이다.
미국과 EU, 영국 캐나다 등이 금리 인하로 돌아선 마당에 한은을 향해 지속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해온 정부의 압박에도 명분이 더해진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가계 대출과 집값 안정에 최우선의 정책 목표를 두고 있음을 정부가 시장에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미 연준의 빅컷이 단행된 지 몇 시간 만인 19일 오전 최상목 경제 부총리가 "주택시장이 과열되거나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할 경우 추가적 관리 수단을 적기에 과감하게 시행하겠다"고 강조한 점은 시의적절했다.
이외에도 스트레스 DSR의 강도와 범위를 좀 더 넓게 적용해 금리 인하와 상관없이 주택 담보대출과 집값 잡기는 계속된다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켜 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