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빅컷'(기준금리 0.50%p 인하)과 함께 통화정책 전환(피벗)에 나서면서, 한국은행의 10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안정된 물가와 부진한 내수 경기는 기준금리 인하의 여건을 충족시키고 있지만, 금리 인하가 자칫 집값과 가계대출 폭증에 불을 붙일 위험성을 한은이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다음달 11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회의에 앞서 9월~10월 초 관련 지표들에서 집값과 가계대출 안정세가 확인돼야만 한은의 10월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미 연준, 4년반만의 통화정책 전환…고용부진 고려한 빅컷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8일(현지시간) 4년 반 만에 기준 금리 인하를 결정하면서 0.50%p 내리는 '빅컷'을 단행했다.연준은 이날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무리하며 "기준금리를 기존의 5.25~5.50%에서 4.75~5.0%로 0.50p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연준은 "최근 지표들은 경제 활동이 계속 견고한 속도로 확장하고 있음을 보여줬고, 실업률은 상승했지만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연준은 "여전히 다소 올라가 있는 상태지만 FOMC의 2% 목표를 향해 더 진전을 보였다"며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에 대한 리스크는 대체로 균형을 이뤘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0.5%p 인하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도 최대 1.50%p로 줄어들었다.
연준은 이날 발표한 점도표에서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종전의 5.1%에서 4.4%로 낮춰잡음으로써 연내 추가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물가안정‧소비부진에 美 빅컷까지…커지는 인하 압력
연준의 빅컷 단행으로 한은에 대한 금리 인하 압박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정부와 여당에서 기준금리 인하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이 빅컷으로 피벗을 시작한 만큼 우리도 금리 인하로 경기 하강에 선제대응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은도 통화정책 전환의 가장 큰 전제조건인 물가 안정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물가 안정 측면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시기가 됐다"고 말한 바 있다.
한은은 민간소비 부진 등 경기를 고려한 피벗 필요성에도 일정 부분 공감하고 있다.
한은은 최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고물가·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내수의 핵심 부문인 민간소비 회복이 지연되고 있고,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고금리 등으로 인한 원리금 상환 부담도 소비 여력 개선을 제약하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가계대출 뚜렷한 감소세 안보여…"10월 여러 경제 지표 보고 판단"
그러나 한국은행이 금리인하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지목한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급증이 지속되면서 10월 금리 인하도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8월 사상 최대 증가 폭(+8조2천억원)을 기록한 은행권 가계대출 급증세는 최근까지 뚜렷한 감소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2일 기준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570조8천388억원으로, 8월 말(568조6천616억원)보다 2조1천772억원 늘었다.
5대 은행의 주택구입 개별 주택담보대출 신규 취급액은 이달 들어 9일까지 3조645억원으로, 하루 평균 3천405억원에 달한다. 8월(4천12억원)보다는 15% 가량 적지만 7월(3천861억원)이나 6월(3천617억원)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이 총재는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 직후 "한은의 통화정책은 금융 안정을 위한 것인데, 금융 안정의 중요 요인이 부동산가격과 가계부채"라며 "한은이 이자율을 급하게 낮추거나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10월 인하 가능성 관련 질문에는 "10월에는 여러 경제 지표를 보고 판단해 결정할 것이고, 11월에 인하할 수도 있다. 어느 방향이라고 지금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