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만 회복, 中企는 '냉골'…낙수효과는 없다

대기업에 집중된 정부 稅혜택…반도체 중심 ICT 분야는 호황이라지만
노동자 80% 이상이 일하는 중소기업 업황은 싸늘하기만 해

연합뉴스

정부가 '낙수효과'에 매달려 대기업 지원에 골몰하는 동안 중소기업에는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18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내년 비과세·감세 등 조세지출의 중소기업 수혜 비중은 68.5%로 올해(75.6%)보다 7.1%p 떨어지고, 중견기업(4.0→3.6%), 기타기업(10.8→10.0%)도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의 수혜 비중만 9.7%에서 17.9%로 수직 상승할 전망이다.

예측대로라면 대기업이 정부로부터 받는 세 혜택 비중은 2017년(20.4%)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게 된다.

정부는 내년에 대기업 실적이 회복되면 R&D(연구개발)·통합투자세액공제 규모가 함께 커지며 대기업 수혜 비중이 증가할 뿐이라고 설명한다.

윤석열 정부는 이처럼 감세를 통해 직접 혜택을 주는 대신, 투자·고용 등을 전제로 지원할 경우 경기 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중소기업·서민층을 포함한 경제 전반에 활력을 가져오는 선순환을 부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기자들에게 "투자, 고용, 기업 규모를 키우면 세제로 지원하겠다는 것은 세금을 깎아주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행동을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로 세제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 결과 반도체 업계를 중심으로 우리 경제의 거시 지표가 회복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ICT 품목(39.3%)의 증가세에 힘입어 11.4%의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11일 발표했던 '2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에서도 제조업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2분기 -6.9%에서 올해 2분기 7.3%로 개선됐는데, 특히 기계·전기전자(20.7%) 업종의 매출이 크게 올랐다.

이에 대해 한은은 AI(인공지능) 서버용 제품 수요 호조와 범용 메모리반도체 수요 회복에 따른 반도체 가격 상승 덕분이라고 풀이했다.

문제는 이처럼 정부의 적극적인 감세 정책의 수혜를 받는 대기업의 호조세가 중소기업까지 돌아갈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통계청 KOSIS(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7월 평균 제조업 중소기업 생산지수(2020년=100)는 98.2로,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 수준보다도 낮았다.

이대로라면 지난해 98.5로 2.2% 떨어진 데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반면 대기업의 경우 1~7월 평균 지난해 106.5에서 올해 113.7로 6.8% 증가해 반등에 성공했다. 특히 4분기 연속 증가세를 유지하는 중이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출하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줄었지만, 대기업 출하지수는 1.0% 늘어 역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또 이 기간 동안 평균 제조업 생산지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5.6% 늘었는데, 반도체 및 부품을 제외하면 오히려 0.2% 감소했다. 그만큼 반도체 의존 현상이 심각하고, 이와 무관한 중소기업 상황은 좋지 않은 만큼, '낙수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진한 중소기업 상황은 고스란히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노동자들에게 전가돼 국민 경제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가 회복하지 못하는 가장 큰 걸림돌인 내수 부진을 해결하려면, 대기업만을 위한 지원보다 중소기업·서민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달 발표한 '2022년 기준 중소기업 기본통계'에 따르면, 중소기업 수는 804만 2726개로 전체 기업의 99.9%를, 중소기업 종사자는 1895만 6294명으로 전체 사업체 종사자 수의 81.0%를 차지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휘청이면, 국민 80% 이상이 타격을 입는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2024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의 근로소득은 8.3% 오른 동안 하위 20%인 1분위는 7.5%나 감소했고, 2분위와 3분위는 각각 2.1%, 1.6% 오른 데 그쳤다. 또 4분위 역시 0.5% 감소했다.

2분기 물가상승률이 2.7%인 점을 고려하면, 상위 20%의 노동자를 제외한 나머지 노동자들의 실질 근로소득은 모두 감소한 셈이다.

통계청의 '2022년 2분기부터 계속 감소하던 실질소득은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각각 0.2%와 0.5%를 기록하며 '0%대 증가'를 유지했지만, 지난 1분기 1.6%나 감소한 바 있다. 또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실질임금 역시 올 상반기 들어 0.4% 감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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