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쿠팡, 배달의민족에 이어 티몬·위메프 사태로 불거진 플랫폼 '갑질' 철퇴를 위해 내놓을 것으로 예상됐던 '온라인 플랫폼법(온플법)' 제정 추진이 막판에 무산되면서 국회 다수인 야권 주도의 제정안 추진이 향후 논의 과정에서 힘을 받을지 주목된다.
18일 관계 부처 및 정치권에 따르면 22대 국회 개원 이래 현재까지 온라인 플랫폼 공정거래 관련 법률제정안은 10건 발의됐다. 의안정보시스템상 조회되는 9건 법안에 더해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이 지난 11일 추가 법안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안은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쿠팡과 배민의 무리한 수수료 인상과 끼워팔기 등 갑질 논란이 심화한 2020년부터 국회가 총선 준비에 돌입하기 직전인 지난해 11월까지 약 20여 건 발의됐지만 임기만료 폐기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여야 의원안과 정부안이 논의됐지만 끝내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후 22대 국회 개원 직후 민주당 오기형 의원 등을 시작으로 5건의 법안이 발의되던 중 지난 7월 티몬과 위메프 정산지연이 공식화되자 8월부터 추가 법안 발의가 집중적으로 이어진 것이다.
법안마다 명칭과 각론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온라인 플랫폼 제공사업자의 경제적 지위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거래시장의 급격한 성장으로 강화되면서 영세 소상공인이 대부분인 플랫폼 이용사업자에 대한 불공정거래행위가 지속돼 현행 공정거래제도로는 효과적 대응이 어렵다는 게 별도 법 제정 논의 골자다.
이번 국회 들어 여당 의원안은 아직 발의되지 않았지만, 티메프 재발방지 대책 마련이 한창이던 지난달 19일 한동훈 대표 체제 첫 고위당정협의에서 '정부에 독자적인 온라인플랫폼법으로 대응하는 것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김상훈 정책위의장)'는 언급이 나오면서 제정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이후 여야 원내지도부가 제정안의 9월 정기국회 처리에 합의했다는 소식도 전해져 기대가 커진 터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공정위는 이달 9일 발표한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 및 티몬·위메프 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입법방향'에서 독자적인 법률 제정 대신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시장 영향력이 압도적인 지배적 플랫폼'을 규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규율 대상인 지배적 사업자를 유럽 등 선진국과 같은 '사전지정' 방식이 아닌, 불공정행위 발생 뒤 '사후추정'하는 안으로 손질해 후퇴했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규율 대상 업체의 매출 규모와 독과점 비중도 크게 제한해 쿠팡과 배달의민족은 아예 추정 대상에서 제외되는 점도 논란이 됐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이틀 뒤 국회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공정위의 입장 변화 이유와 관련된 질문에 "기존 법을 개정하는 게 속도감 있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작 공정위가 내놓은 사후추정 해법은 불공정행위 발생 뒤 제재까지 시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와 시민사회단체 등의 우려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발의된 복수의 제정안 국회 정무위원회 상정을 추진하고, 정부에도 재차 법 제정을 촉구한다는 입장이다.
신장식 의원은 공정위 입법방향 발표가 있던 지난 9일 오전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민생경제위원회,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사장협회, 라이더유니온 등 10개 시민사회단체와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법 공동발의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이라도 정부는 즉시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에 관한 정부법안을 제출하라"고 밝혔다.
신 의원과 이들 단체는 지난 11일엔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법을 발의한 민주당 서영교·박주민·민형배·오기형·김남근·김현정·오세희·이강일 의원과도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재차 촉구했다.
아울러 법 제정과는 별개로, 당정 협의를 거쳐 국회 여야 원내지도부 합의까지 나아갔던 별도 법률 제정 방침이 2주도 안 돼 나온 공정위 발표에서 돌연 기존 법률 개정안으로 변경된 배경과, 이 과정에서 어떤 개입이나 지시가 있었는지 여부와 관련된 논란은 추석 연휴 이후 본격화할 국회 국정감사 국면에서 쟁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