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소환, 승화' 1980 사북항쟁

정선지역사회연구소 제공

부마항쟁, 광주민주화운동과 함께 민주화 이행기 '3대 사태' 중 하나로 평가받은 1980년 사북항쟁이 내년 45주년을 맞아 두 갈래의 예술작품으로 찾아온다.

11일 정선지역사회연구소는 9월 26일부터 고양시 등 경기도 일원에서 '우정과 연대를 위한 행동'을 주제로 열리는 제16회 DMZ 국제 다큐멘타리영화제 한국경쟁 부문에 박봉남 감독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1980사북'이 선정돼 28일과 30일 두 차례 상영된다고 밝혔다.

강원영상위원회와 영화진흥위원회, 강원특별자치도와 정선군 지원으로 완성된 '1980사북'은 신군부 계엄 하에서 벌어진 사북 동원탄좌 광부 항쟁의 진실과 사건 이후 아직까지 아물지 않고 있는 상처를 조명하고 있다. 5년이 넘는 제작 기간을 거쳐 지난 4월 19일 정선군 고한읍 고한시네마에서 시사회가 열리기도 했다.
 
영화는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기업주와 국가가 45년이 지나도록 여전히 침묵하는 동안 당사자, 그 가족과 2세대 자녀들이 어떤 아픔을 겪고 있는지를 추적한다.

9월 22일 서강대 메리홀에서는 사북 광부들의 생존권 투쟁을 그린 연극 '말을 버린 사내'가 무대에 오른다. 석탄업에 종사했던 광부들이 열악한 노동 환경과 극한의 삶의 현장 속에서 투쟁했던 사북항쟁의 역사를 소재로 하고 있다.

'극단 수' 연출자 구태환 인천대 예술공연학부 교수와 이미경 작가가 호흡을 맞춘 연극 '말을 버린 사내'는 입을 닫고 무능력하게 살아 온 광부 아버지 영식과 그에게 정이 없던 딸 미옥의 이야기로, 힘들어도 따뜻했던 한 공동체가 국가 권력에 의해 무너져 내린 그 시절을 이미경 작가 특유의 위트로 풀어냈다는 평가다.

사북항쟁 관련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국가 폭력의 희생자들에 대한 위로와 함께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인간의 존엄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정선지역연구소에 따르면 1980년 사북항쟁은 광주 5.18 항쟁이 일어나기 한 달 전 강원도 정선의 탄광촌 사북에서 경찰 공권력과 광부들이 대규모로 충돌한 사건으로 해방 후 최대 규모의 생존권 투쟁이자 신군부에 맞선 민주화운동으로 평가받으면서도 투쟁의 과격성과 지부장 부인에 대한 사적 제재 사건으로 논란을 빚어오기도 했다.

최근에는 당시 농성 광부를 향한 경찰 지프차의 돌진 사실이 새로 조명되고 사건 이후 잔혹한 집단 고문 양상이 드러나면서 한국 현대사에서 최악의 국가폭력 사건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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