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11일 MBC의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MBC로부터 미국 리조트 개발 사업을 포함한 대규모 투자손실 등 경영상 문제점들을 보고받고도 적정한 조치를 하지 않아 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날 이런 내용의 '방송문화진흥회의 MBC 방만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해태 관련 국민감사청구사항'에 대한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MBC는 지난 2019년 임원 회의에서 사옥 매각대금 4849억 원을 적극적으로 운용하기로 결정하고, 이사회 의결 없이 본부장 전결로 미국 라스베이거스 리조트 펀드 105억원 투자 등 총 1905억 원을 초고위험 금융 상품인 국내외 부동산 대체 투자 상품에 투자했다.
감사원은 이런 사업이 의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거나 신종 금융상품에 대한 위험관리 규정 등이 없이 투자를 진행해, 이 중 리조트 펀드 투자의 경우 105억 원 전액 손실이 발생하고 그 밖에 국내외 부동산 대체 투자의 경우에도 원금 회수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미국프로야구(MLB) 월드투어 방송권에 대한 투자도 대회 개최 확정 전에 투자금 33억원을 전액 선 지급했으나 이후 MLB 월드투어가 무산되면서 14억 7천만원만 돌려받았다.
MBC는 또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UMF)에 총 11억원을 투자했으나 투자금 상환 예정일인 2022년 11월까지 9억 3천만원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MBC플러스는 여수 실내 스포츠 테마파크 사업을 추진하다가 중도에 사업을 중단함으로써 최소 74억원에서 최대 88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특히 방문진은 이 회사 임원들의 책임을 물어 지난 2022년 4월 문책 경고했으나 이 중 담당 이사는 그 직전인 3월에 연임돼 연임 방지효과도 없었던 사실이 확인됐다.
감사원은 모두 6개 항목에 걸친 MBC의 방만 경영 실태에 대해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문진에 MBC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등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방문진이 MBC로부터 대규모 투자손실, 내부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사회 의결 누락 등 상법 및 내부규정 위반 사실 등을 보고받고도 MBC가 제시하는 미온적 조치를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이사들이 제기하는 지적사항 등을 MBC에 단순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으며, 방문진 이사회 회의에서 MBC의 이행 여부를 점검 하거나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등의 후속조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방문진이 감사원 감사 자료 제출 요구에 따르지 않았고, 이사회 회의 자료를 MBC가 회수해가게 하거나 폐기하는 등 공공기록물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를 촉구했다.
앞서 공정언론국민연대는 지난 2022년 11월 방문진이 당시 MBC 사장들의 방만경영을 보고받고도 별다른 관리·감독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서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한 바 있다.
감사원은 이듬해인 2023년 2월 청구인이 주장한 9개 감사 청구 요지 가운데 6개에 대해 감사를 진행하기로 하고, 같은 해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실지 감사를 벌였다. 감사 결과는 지난달 30일 감사위원회 의결로 최종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