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이 최근 우리 경제에 대해 "높은 수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기조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경기 개선이 제약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소매판매에 대해 "대부분의 품목에서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KDI(한국개발연구원)은 9일 발표한 'KDI 경제동향 9월호'에서 "ICT(정보통신기술) 를 중심으로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유지함에 따라 제조업의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면서도 "수출 호조에도 소매판매와 건설투자의 부진이 지속되는 등 내수 회복세는 가시화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에도 KDI는 "내수는 미약한 수준에 그치며 경기 개선을 제약하는 모습"이라며 내수가 "경기 개선을 제약"하고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 7월 "내수 회복세는 가시화되지 못하면서 경기 개선세가 다소 미약한 모습"이라는 표현보다 더 수위를 높인 표현을 두 달 연속 사용한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16일 발표한 '8월 최근경제동향'(그린북)에서 "완만한 내수 회복조짐을 보이며 경기 회복흐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며 4개월 연속 '내수 회복조짐'을 강조한 것과는 동떨어진 평가다.
지난 7월 광공업생산은 기저효과로 증가폭이 3.8%에서 5.5%로 확대됐지만, 계절조정 전월대비로는 오히려 3.6% 감소했다. 전산업생산 역시 0.5%에서 2.7%로 증가폭이 커졌지만 기저효과의 영향이 컸고, 계절조정 전월대비로는 역시 0.4% 줄었다.
이는 우선 자동차(-14.4%)가 생산시설 정비, 임금 협상 등으로 생산 차질을 빚으면서 제조업 관련 지표가 조정됐기 때문이다. 재고율도 전월(107.1%)보다 오른 112.7%를 기록한 반면 평균가동률은 73.8%에서 71.4%로 하락하기도 했다.
다만 반도체생산이 높은 수준을 지속한 덕분에 제조업의 회복세 자체는 유지되고 있고, 지난달 수출도 ICT 품목(39.3%) 증가세를 중심으로 11.4%의 높은 상승폭을 유지했다.
또 고금리 기조가 설비투자 회복세를 제약하고는 있지만, 운송장비(64.9%)에서 투자가 급증하면서 설비투자지수 자체는 증가세(18.5%)로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고금리 기조 아래 소매판매는 부진한 흐름을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또 KDI는 "건설투자 선행지표의 누적된 부진을 감안하면 당분간 건설투자 및 관련 고용도 부진을 지속하면서 내수 회복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상품소비를 반영하는 소매판매는 전월(-3.6%)에 이어 지난 7월에도 2.1% 감소했다. KDI는 "신제품 출시로 급증한 통신기기⋅컴퓨터(-0.5%→13.1%)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품목에서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서비스소비에서도 숙박⋅음식점업(-1.0%→-3.0%),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1.2%→-0.7%) 등의 생산이 계속 감소했다. 특히 티몬·위메프 대규모 미정산 사태에 e-쿠폰서비스를 중심으로 온라인쇼핑 서비스거래액이 전월 10.9%에서 1.7%로 증가폭이 급락했다.
그 결과 서비스업 생산은 내수와 밀접한 도소매업(-0.6%), 숙박⋅음식점업(-3.0%)의 감소세에 발목이 잡혀 2.2%의 비교적 완만한 증가에 그쳤다.
건설업 생산 역시 전월과 마찬가지로 5.3%나 감소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미 다 지은 건설기성(불변)은 누적된 수주 부진 탓에 감소한 건축부문(-7.5%)을 중심으로 부진이 지속되면서 전월과 같은 –5.3%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앞으로 지을 건설수주(경상)는 28.4%를 기록해 일단 증가세를 기록했다. 다만 KDI는 "극심한 부진이 완화되고는 있으나, 계절조정 기준으로 14조 4천억 원을 기록하며 작년 월평균 14조 6조천억 원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KDI는 "6월 개인사업자 연체율(3개월 이동평균, 0.61%→0.62%)은 장기평균을 상회하는 수준에서 상승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며 "개인사업자 연체율이 상승세를 지속하는 등 부채 상환 부담도 증대"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