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부천 호텔 화재로 구조용 에어매트의 안전성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부산의 한 초등학생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낙하지점을 정확히 추적하는 구조 장치를 발명해 주목받고 있다.
부산 동래구 혜화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정유준(13)군은 지난달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 '제45회 전국 학생 과학발명품 경진대회'에서 우수상(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정유준군이 제작한 출품작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낙하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한 뒤 구조용 에어매트를 이동시키는 구조 장치다. 3단계 충격 완화 구조를 갖춰 기존 에어매트보다 충격 흡수 기능도 탁월하다.
정군이 기존 에어매트를 보완할 구조 장치 발명에 나선 건 부천 호텔 화재가 발생하기 몇 달 전인 지난해 말쯤이다. 당시 그는 우연히 자전거를 타고 놀던 중 한 소방서에서 에어매트를 펼쳐놓고 훈련하는 장면을 보게 됐다.
이후 호기심이 생겨 에어매트 사용 사례 등을 찾아보던 중 의외로 에어매트가 고층에서 떨어진 사람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특히 정군은 육안으로 낙하 위치를 정확하게 판단하기가 어렵고 설치가 느리며 이동이 어렵다는 점이 기존 에어매트의 치명적인 단점이라고 생각했다.
"에어매트가 움직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정군은 단순히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발명품을 만들어보기로 결심했다. 이후 지난해 말 부모님께 "코딩 대회보다는 발명 대회를 준비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정군 부모는 아이가 왜 에어매트 문제에 관심을 갖는지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다. 어렸을 때부터 유독 안전이나 공공 이익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그저 아이 성향이라고 이해하며 대회 준비를 마음으로 응원했다.
그러다 발명품 경진대회가 끝난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2일 경기도 부천의 한 호텔에서 불이 나 투숙객 7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자 가운데 2명은 소방당국이 구조를 위해 건물 밖에 설치한 에어매트에 뛰어내렸다 결국 숨졌고 관련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사고 소식을 접한 정군 부모는 그제야 아이가 만든 구조 장치가 현실에서 얼마나 필요한 장치인지 깊이 깨달았다고 전했다.
정군 어머니 김희나씨는 "당시만 해도 에어매트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사고 이후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누군가는 관심을 두고 개발해 제대로 된 구조 장치가 만들어져야 하는구나 반성이 됐다. 어른의 생각으로 아이의 생각을 막지 말아야 한다고도 다짐했다"고 밝혔다.
발명품은 현재 특허 가출원 신청을 마친 상태다. 정군은 발명품이 실제 구조 현장에 도입돼 보다 안전하게 사람을 구조하는 데 쓰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유준군은 "대회가 끝난 지 얼마 안 돼 발생한 부천 호텔 화재사고에서 에어매트로 인한 인명사고가 발생했는데 사실 이 작품은 에어매트의 한계를 발견해 이런 사고를 막기 위해 만든 거였다. 사고 소식에 너무 안타까웠다"면서 "출품작이 실제로 현장에 도입돼 많은 사람을 살리고 그 쓰임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