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 "생활비 벌려다" 건설현장 뛰어든 휴학생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② 스무살 대학생 목숨 앗아간 건설현장, 안전조치 부실했나…노동청 수사 ③ 2년 연속 사망사고 발생한 건설 현장…안전 관리 부실했나 (계속) |
지난달 이진영군의 목숨을 앗아간 현장에서는 불과 16개월 전에도 50대 작업자가 세상을 떠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CBS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4월 21일 이 현장에서는 철근 하역 작업을 하던 화물차 기사 A(50대·남)씨가 수백 ㎏에 달하는 철근에 부딪혀 트럭 아래로 떨어졌다. 트럭 위 철근을 지게차로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갑자기 철근이 기울어지면서 A씨를 덮쳤다. A씨는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사고와 관련해 건설사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와 근로계약상 A씨의 소속 등을 조사하고 있다. 작업장은 공사 금액 50억 원 이상으로, 당시에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 해당했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 관계자는 "공사 금액으로 봤을 때 중처법 적용 대상이라 법 위반 사항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며 "현재는 사건에 대해 검찰과 협의할 부분이 있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으로 노동당국의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또다시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건설사가 공사 현장에 대한 안전 관리를 부실하게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시공사 측은 이군이 투입된 소방시설 공사의 경우 애초 분리 발주의 형태로 진행돼 시공사와는 무관한 사안이라고 주장한다.
시공사 관계자는 "법적으로 소방시설공사의 경우 건축 시공사와 분리해 발주하도록 돼 있다. 사고가 발생한 공사에 대해선 소방공사 업체가 원청"이라며 "시공사에서 소방공사 업체에 작업이나 안전조치 관련해 지시를 내리거나 간섭할 권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고가 발생한 환기구 작업도 시공사가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는 소방시설 공사의 영역"이라면서도 "다만 회사 건설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한 만큼 사고의 근본 원인을 파악하고, 유족과의 협의에도 도의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건설 현장의 전반적인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시공사의 미흡한 안전 조치가 사고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노총 강기영 미조직전략조직국장은 "계약상 분리 발주라도 실질적으로는 도급 관계가 형성돼 있을 경우 원청으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며 "또 분리 발주라고 하더라도 시공사가 현장 내 안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점이 소방공사에 영향을 미쳐 사고가 발생했다면 시공사의 책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리적인 검토는 필요하겠지만, 시공사가 전체 건설 현장에 대한 안전 책임을 져야 하는 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4일 부산 영도구의 한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 24층에서 덕트(환기구) 공사 작업 중이던 이진영군이 환기구 안으로 추락해 숨졌다. 20세였던 이군은 대학교 휴학 중 건설 현장에 출근한 지 이틀 만에 사고로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