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농촌 지역의 '식품사막화' 현상이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농촌지역 '식품사막화(Food Desert)'의 의미와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전북 농촌 지역의 83.6%가 마을 내 식료품을 살 만한 점포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국 시도 중 가장 높은 수치로, 전남(83.3%), 세종(81.6%), 경북(78.9%)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식품사막'이란 신선하고 영양가 있는 식품을 구매하기 어려운 지역을 일컫는 말이다. 미국 농무부는 도시의 경우 1마일(약 1.6km), 농촌의 경우 10마일(약 16km) 내에 신선식품을 판매하는 가게가 없는 곳을 식품사막으로 정의하고 있다. 전북의 경우, 정읍(93.3%), 진안(89.8%), 남원(87.8%), 장수(87.4%) 등의 순으로 식품사막화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식품사막화의 주요 원인으로 농촌 인구 감소, 고령화, 대중교통 시스템 부족 등을 꼽았다. 특히 2023년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 농촌 가구의 59.0%가 온라인을 통한 식품 구매를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디지털 격차도 문제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식품사막화는 농촌 주민들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22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농촌 주민은 도시민에 비해 채소류 섭취량은 많지만, 과일류와 육류, 우유류 등의 섭취량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농촌 주민의 영양섭취 부족자 비율이 도시민보다 높아, 영양 불균형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제시했다. △전북 식품사막 지도 제작·관리 △주민 참여형 협동조합 식료품점 운영 지원 △노인을 위한 맞춤형 식료품 바구니 제공 △농촌형 식품 물류·유통시스템 구축 △식품사막화 지수 개발과 관리 등이다.
보고서는 또한 국내외 식품사막 대응 사례를 소개했다. 캐나다의 'Revised Northern Food Basket', 미국의 'Food Hub'와 볼티모어의 'Health Food Priority Areas', 호주의 'Outback Stores', 그리고 국내 사례로 영광군 묘량면의 '동락점빵'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동락점빵은 370명의 지역주민이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이동식 판매와 상시 매장 운영을 통해 주민들의 생필품 구매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전북연구원 관계자는 "농촌 주민의 먹거리 기본권과 건강권 보장을 위해 식품사막 문제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시급하다"며 "단순히 물리적 거리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적 접근성, 교통 시스템, 식품 가격, 교육 수준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한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고서는 '식품사막'이라는 용어의 의미와 활용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농촌 지역의 식품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참여와 정부의 체계적인 정책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