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서민들의 주거 안정에 써야 할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을 미국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1800억 원 전액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문진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EOD(기한이익상실)이 발생한 자산이 1건, 1800억 원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토부로부터 자금 운용을 위탁받았던 미래에셋운용이 미국 메사추세츠주 보스턴의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인 스테이트스트리트 빌딩에 투자했던 기금 여유자금이다.
코로나19로 미국 빌딩 공실률이 늘면서 올해 스테이트스트리트 빌딩의 자산 가치가 투자시점(1조 4천억 원) 대비 30% 하락했다. 지난 3월에는 해당 건물을 본사로 사용하던 스테이트스트리트 은행이 이전하고, 해당 빌딩 차주인 글로벌 부동산 개발사가 자금난으로 디폴트(채무불이행)을 선언하기도 했다.
국토부와 미래에셋운용은 임차인 유지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전액 손실 관련 이슈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었지만, 불과 5개월 만에 원금 전액 손실이 확정된 것이다.
국토부는 장기간 손실 상태인 자산을 손실로 회계처리할 필요성이 있다는 내부 지적에 따라 올해 회계에서는 손실로 분류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주택도시기금은 주로 저소득층의 임대주택 공급과 디딤돌·버팀목 대출, 신생아 특례대출 등 주택 구입자금·전세자금 지원에 사용된다. 국토부는 기금을 지출하고 남은 여유자금으로 국내외 주식·채권·부동산(대체투자) 등에 투자해 운용 수익을 거두고 있다.
국토부가 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졌던 2020년~2022년에도 해외대체투자는 연평균 9.25%의 운용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3년 –1.06%, 2024년은 –5.29% 등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문 의원은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만큼 그간 운용에 문제가 없었는지 운용사인 미래에셋과 국토부가 기금운용을 정밀 진단해야 한다"며 "또 코로나 시기에도 지속 성장해온 해외대체투자가 윤석열 정부에서는 마이너스로 전환되고 있는 만큼, 윤석열 정부의 기금운용 방식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