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벤츠 전기차, 시동 끄면 배터리 두뇌격 BMS '비활성화'

벤츠 BMS, 시동 끈 주차 상태서 비활성화
주기적 감시 대신 이상 징후 발견 때만 대응
"BMS, 주기적 능동 감시해야 안전 확보"

연합뉴스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의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시동이 꺼짐과 동시에 비활성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동을 끈 주차 상태에서는 능동적인 모니터링이 아닌 이상 징후 발생시에만 활성화되는 방식이다. 주행·충전·주차 상태에 걸쳐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중요한 BMS 시스템에 비춰 벤츠가 전기차 안전 확보에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CBS 노컷뉴스 취재 결과, 벤츠코리아는 최근 국회 등에 보낸 답변서에서 "벤츠 전기차의 경우 BMS의 배터리 이상 감지 및 경고 메시지 전파 기능이 주행중이거나 충전시에만 작동된다"고 밝혔다. 벤츠 측은 BMS 작동 방식을 묻는 CBS의 개별 질의에도 "차량이 꺼지면 일반적으로 BMS가 비활성화(inactive)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특정 조건에서는 주차중에도 BMS가 활성화될 수 있다"며 "BMS가 이상 징후를 식별한 경우 고객은 앱이나 이메일 등으로 이를 알림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시동이 꺼지면 BMS는 능동 감시를 멈추고, 이상 징후 발생시에만 작동하는 일종의 수동적인 상태로 바뀐다는 설명이다. '특정 조건'이 무엇인지에는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BMS는 배터리의 '두뇌'로 불린다. 배터리를 전체적으로 관리·보호하는 동시에 전압·저항·내부온도 등을 기록하고 이상 여부를 감지한다. 배터리 이상 징후를 발견하면 BMS는 즉각 필요한 안전 제어를 수행하고 차주나 차량 제조사 측에 이를 통보한다. 배터리 셀 사이 전압 편차를 줄여 내구성을 유지하는 셀 밸런싱도 BMS의 제어 아래 작동한다.

이상 징후를 감지하고 신속히 외부에 알려야 하는 만큼 능동적인 모니터링은 BMS의 핵심 기능 중 하나로 꼽힌다. 주행과 충전중 상시 진단뿐만 아니라 시동이 꺼진 주차중에도 주기적으로 배터리 이상 여부를 살펴봐야 화재의 위험을 낮출 수 있어서다. 현대차·기아의 BMS가 일정 간격으로 깨어나 배터리를 능동 모니터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8일 오전 인천 서구의 한 공업사에서 경찰이 지난 1일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시작된 벤츠 전기차에 대해 2차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올해 1~8월 일어난 전기차 화재 24건 가운데 절반 이상인 14건이 주차중에 발생했다는 점도 주차중 BMS 능동 감시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결함은 갑자기 화재로 이어지는 게 아니다. 조금씩 누적되면서 이상 징후를 보낸다"며 "주행·충전·주차에 걸쳐 연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주차중 비활성화되는 벤츠 BMS를 두고 안전 확보에 미흡했다고 지적한다.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 김성태 회장은 "전기차의 시동이 꺼져도 배터리 내부에서는 계속해서 화학작용이 일어난다"며 "이상 징후가 있든 없든 BMS가 주기적으로 배터리 상태를 확인하고 이를 기록해야 안전이 확보된다. 시동이 꺼지고 비활성화된다는 건 벤츠의 BMS가 초보적인 수준이자 고도화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벤츠 전기차의 BMS가 주차중 비활성화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최근 인천 청라 화재 때에도 BMS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경찰도 벤츠의 이같은 BMS 방식에 주목해 미작동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화재 사고 원인을 조사중이라고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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