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주로 꼽히는 은행주가 지난달 마지막주 코스피 대비 크게 하락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압박에 따른 규제 확대 우려로 외국인이 대규모 순매도에 나선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은행 지수는 지난달 마지막주인 26일부터 30일까지 3.99% 하락했다.
같은 기간 '엔비디아 쇼크'의 영향을 받은 KRX반도체 지수(-4.19%)에 이어 KRX지수 중 두 번째 큰 하락폭이다. 1.01% 내려앉은 코스피와 비교하면 5%의 차이를 보인다.
은행주는 올해초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힘입어 주가가 박스권에서 탈출한 뒤 크게 상승했다. 1월부터 7월까지 코스피가 4.35% 오를 때 KRX은행 지수는 32.78% 폭등했다. 외국인은 이 기간 시가총액 상위 5개 은행에 1조 5천억원을 투자했다.
KRX은행 지수는 6월(-0.55%)을 제외하면 월별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지 않았다. 또 4월과 5월, 7월 코스피가 하락(-5.96%‧-1.99%‧-0.97%)할 때도 각각 4.01%와 1.74%, 10.93% 등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지난달 분위기가 반전했다. 코스피가 3.48% 하락하는 동안 KRX은행은 2.21% 빠지며 선방한 듯 보이지만, 특히 마지막주 하락폭은 올해 들어 이례적인 수준이다.
핵심 원인으로는 가계대출에 대한 금융당국의 강한 압박이 꼽힌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와의 전쟁'에도 지난달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월말보다 9조 6259억원 늘었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은 8조 9115억원 증가했다. 모두 2016년 집계 이후 역대 최대 월간 증가폭이다.
이에 따라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0일 은행장들과 첫 공식 간담회에서 "은행의 수익이 높아질수록 사회적 논란이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가계대출이 상승하는 상황을 질타했다.
이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5일 "최근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 상승은 당국이 바란 게 아니다. 개입을 더 세게 해야 할 것 같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내쳐 이 원장은 이튿날 은행장 간담회를 열었고,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던 은행들은 주담대 만기 단축과 한도 축소 등 가계대출을 줄이기 위한 모든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에 대해 외국인은 지난달 마지막 일주일 동안 은행주를 1232억원 순매도했다. 하나금융이 1063억원에 달하고 KB금융 294억원, 기업은행 102억원 등이다.
여기에 이달부터 수도권에 1.2%p의 가산금리가 적용되는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시행된다. 내년 7월 예고된 3단계 스트레스 DSR(가산금리가 1.5%p) 조기 도입 등 추가 대책도 꾸준히 거론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은행주에 대한 외국인 투자가 매도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하나증권 최정욱 연구원은 "외국인 매도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수요 억제를 위한 은행 대출금리 인상 우려 발언 및 가계대출 총량 관리 가능성에 따른 성장률 둔화 우려가 작용했다"면서 "연초 이후 은행주가 코스피 대비 40%p 넘게 초과 상승한 상황에서 규제 이슈가 발생하자 차익실현 심리를 자극하면서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 연구원은 "가계대출 규제에도 기업대출 성장만으로 4% 내외의 총대출 성장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에서 성장률 둔화 우려를 지나치게 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