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40대 열사병 환자가 응급 의료 기관을 찾지 못해 울산까지 이송됐다가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의정 갈등에 따른 의료 현장 혼란과 시민 불편이 가중되는 모습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비상 진료 체계에 문제가 없다"고 말해 현실과 거리가 먼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열사병 환자 울산까지 이송됐다가 사망…응급 의료 현장 혼란 계속
29일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7일 부산 북구에서 야외 작업을 하던 A(40대·남)씨가 열사병 증세를 보이며 갑자기 쓰러졌다.신고를 받은 119구급대는 현장에 출동해 A씨를 구급차에 태운 뒤 부산지역 응급 의료 기관에 수용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
하지만 10여 개 기관은 모두 수용이 어렵다고 답했고, 구급대는 수소문 끝에 신고 1시간 30여 분 만에 울산의 한 병원으로 A씨를 이송했다.
당시 이미 심정지 상태였던 A씨는 병원 치료를 받았지만 지난 1일 끝내 숨졌다.
보건복지부는 응급 의료 기관이 A씨를 수용하지 못한 이유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이밖에 최근에는 두통을 호소하다 뇌혈전 의심 진단을 받은 10대가 12시간이나 기다리다가 진료를 받거나 뇌경색으로 쓰러진 여성이 3시간 이상 지나서 수술을 받은 사실도 전해지고 있다.
의정 갈등에 따른 응급 의료 위기가 길어지면서 이처럼 부산에서도 시민 피해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게다가 일반 병원이 문을 닫는 추석 연휴가 다가오면서, 응급 의료 현장에는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진료 가능한 병원이 대부분 휴업하는 만큼, 응급 의료 시설에 비응급 환자가 몰리는 등 혼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도 이같은 우려를 인식한 듯 다음 달 11일부터 25일까지 '추석 명절 비상 응급 대비 주간'을 정하고 추석 연휴에도 응급 환자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윤 대통령 "비상진료 체계 문제 없다"…"현실과 거리가 먼 발언" 비판도
혼란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 진료에 문제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어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비상 진료 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며 "정부가 노력하고 국민이 지지해준다면, 의사들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비상 진료 체계는 운영 가능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같은 발언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곧바로 "의료 붕괴로 온나라가 비상인데 비상응급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니, 대통령의 현실 인식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역 의료계에서도 현장 상황과는 전혀 동떨어진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부산대 의과대학 오세옥 교수협의회장은 "추석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가장 상황이 심각한 곳은 응급실"이라며 "응급의학과 의사에 1차적 처치를 받고 각 전공과마다 수술로 이어져야 하는데 지금 인력이 빠져나가다보니 수술이 안 돼 다른 병원으로 전원하는 경우가 많다. 응급실 상황이 나빠지고 있는데 추석 연휴에는 훨씬 더 도드라지게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