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민원실서 흉기 난동…잇딴 악성 민원에 대응 나선 지자체들

부산 금정구청 민원실서 50대 남성 흉기 난동
경찰, 테이저건 발사해 진압
부산지역 지자체들, 동마다 안전요원·보안관 배치
공무원 노조 "지금 대책으론 역부족…인력충원과 시스템 개선 필요"

23일 부산 금정구청 민원실에서 흉기 난동을 부린 50대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의 한 지자체 민원실에서 흉기를 든 채 난동을 부린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잇따르는 악성 민원에 각 지자체들은 안전요원을 배치하는 등 대비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 23일 오후 3시 30분쯤 부산 금정구청 민원실에 한 남성이 격양된 채 고함을 지르며 들어왔다. 남성은 갑자기 의자를 던지고 구청 기물을 파손하는 등 난동을 부리다가, 급기야 흉기를 꺼내 공무원들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민원실 직원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현장에서 남성을 발견한 뒤 테이저건을 발사했다. 경찰을 피해 달아나던 남성은 테이저건에 맞아 쓰러졌고, 경찰관들은 곧바로 남성에게 달려들어 흉기를 뻬앗고 제압했다. 경찰은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이 50대 남성을 현행범으로 붙잡아 현재 정확한 범행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공공기관 민원실 등에서 공무원을 향해 흉기를 휘두르거나 난동을 부리는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지난 3월 영도구청에서는 술에 취한 70대 남성이 주택 보수 공사를 해달라며 구청 직원들을 흉기로 위협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해 9월 해운대구청에서는 90대 노인이 생계 문제를 호소하며 구청 직원들에게 욕설을 퍼붓는가 하면 지팡이를 휘둘러 기물을 파손한 일도 있었다.

부산 해운대구의 한 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민원 안내 활동 중인 안전보안관. 해운대구청 제공
 
잇따르는 악성 민원으로 공무원 안전이 위협받자 각 지자체는 안전요원을 배치하는 등 대비책을 내놓았다.

해운대구는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동주민센터에 '안전보안관제'를 운영하고 있다. 노인일자리사업과 연계한 '안전보안관'을 채용해 민원실 난동 등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지난해 일부 행정복지센터에서 시범 운영을 거쳐, 올해 2월부터 18개 동 전체로 확대했다.

동마다 2명씩 배치된 안전보안관들은 민원인을 진정시키고 필요한 경우 경찰 지구대 등에 긴급 지원을 요청한다. 평소에는 무인민원발급기 사용법 안내 등 업무를 수행한다.

부산 중구는 경비업체와 위탁 계약을 맺고 지역 9개 동 가운데 4개 동에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있다. 사하구와 영도구, 금정구, 부산진구 등도 전문 경비요원을 배치하고 있다. 북구와 강서구도 노인일자리 사업과 연계한 안전요원을 채용했다.
 
해운대구 관계자는 "민원실 난동과 공무원 폭행 사고를 막기 위해 안전보안관을 배치하고 있다"며 "악성 민원인을 무력으로 제압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정복을 입고 민원실마다 배치돼 있다 보니 악성 민원 발생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노력에도 민원 응대 공무원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노조를 중심으로 인력 충원과 제도개선 등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 추승진 정책부장은 "금정구청 난동 당시 현장에 안전요원이 있었지만 이런 일이 발생한 것처럼 한계는 분명히 있다. 특히 노인일자리와 연계한 안전보안관의 경우 악성 민원에 직접 대응하긴 어렵다"며 "민원실 난동 외에도 폭언을 하거나 신상 등을 다수에게 공개하는 이른바 '좌표 찍기' 범죄 역시 잇따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민원 수 자체가 많은 편인 만큼 민원이 처리되는 구조의 불편함을 덜기 위해 안내 도우미를 배치하거나 공무원이 민원 처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인력을 늘리는 등 시스템의 개선 역시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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