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김포시의 한 주민단체가 항공기 소음피해에 대한 지원사업으로 지급되는 주민행사비를 단체 운영비와 황금 시상 등으로 부당하게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다.
김포시는 자체 감사 결과와 국회 지적사항 등을 토대로 이 단체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사업방향을 개선하기로 했지만, 단체 대표는 "월권"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행사비로 식비·견학비에 효행상 황금열쇠 마련
2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김포국제공항에 인접한 김포 풍무동은 한국공항공사의 소음피해지역 대책으로 '주민유대활동 지원금(주민행사비)'을 지원받아 왔다.
'풍무동 환경개선 범주민 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 2015년 11월 발족)는 지난 2016년부터 또 다른 단체와 함께 주민행사비를 나눠서 지원받다가, 2020년부터는 단독으로 연간 1천만 원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범대위가 지원금을 사용한 내역 가운데 사업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더욱이 2018년부터는 범대위 지원금이 사무국장 개인계좌로 입금돼,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김포시는 해당 단체에 대한 감사를 벌여 일부 예산이 주민 전체를 위한 행사가 아닌, 선진지 견학이나 해당 단체의 단합대회, 식비 등 운영비로 사용된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범대위는 2019년부터 지원사업의 핵심 취지인 주민 유대 강화를 통한 소음피해 회복과 무관해 보이는 '효행상' 시상식을 개최해 왔다. 코로나19로 단체활동이 불가했던 2020~2022년에는 병행하던 체육대회가 취소돼 지원금이 효행상 시상과 단체 운영비로만 쓰였다.
별도 공개모집 절차 없이 효자·효부 6명을 해마다 선정해 순금을 지급했다. 수상자들의 거주지 등 세부 이력에 대한 공식적인 공개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소음 피해지역이 아닌 지역 주민들에게도 상이 수여됐다는 의혹이 단체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타지역 주민들의 수상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지원 대상 범위와 관련한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 한국공항공사 내규(공항소음대책 및 주민지원 통합지침)에 따라 주민유대활동은 '지정고시된 소음지역의 주민복지 향상과 생활환경 개선을 유도하는 것이며, 소음대책지역 또는 소음대책인근지역에 거주하는 주민과 시설'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범대위가 풍무동행정복지센터를 통해 한국공항공사에 제출한 '소음대책지역 주민행사 지원금 신청서'에는 △효자 효부시상식 △초등부 백일장 및 효자, 효부시상식 △항공기소음 이해설명 2회 △환경개선운동 및 정화운동 △주민행사(체육활동) 등의 사업계획이 명시돼 있다.
범대위 한 관계자는 "'추천 좀 해봐라'라는 식으로 수상자를 찾았고, 풍무동에 살지 않는 사람들도 효행상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동민을 위한 행사나 소음 대응시설을 보완하기 위해 돈을 써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에 위원회 내부에도 문제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단체 대표, 지자체 통제에 반발…"찬조라인 훔치려는 것"
이에 지난 6월 풍무동 측은 범대위의 지원금 사용처가 '지원 취지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된다'며 올해 소음대책지역 주민행사비에 대한 추진계획을 동에서 수립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특정 단체와 개인들을 위한 행사 대신, 다수 주민들이 참여하는 행사를 마련하겠다는 취지였다.
이에 대해 범대위 A위원장은 회신문을 통해 "공사(한국공항공사)가 아닌 동이 나서는 건 월권"이라며 통보사항 이행을 거부했다. 이어 "효행상 시상은 주민을 위로하는 자존심이 걸린 행사로 전년과 같이 진행하고 향후 시간을 갖고 협의하는 게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한 진정서에서 "치매노인을 돕는 길은 그 자녀를 위로하는 것이라고 착안해 환경개선운동을 효로 돌려서 시상식을 개최해 왔다"며 "동장은 진정인(A씨)이 만들어 놓은 '찬조라인'을 훔치려는 것이다. 동장을 거치지 않고 단체에 직접 입금 해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A씨 주장은 공사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다. 공사 규정에는 공항장이 세부사항을 최종 결정하고 지원금을 지급하되, '지원금을 수령하는 주체와 실무적인 사업 계획 수립, 지원단체 추천 역할은 기관(지자체)이 맡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부적합 사업에 지원금을 쓰면 환수는 물론, 향후 활동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규정을 둬 지원금 사용 대상을 사업 목적에 부합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공사는 CBS노컷뉴스 질의에 대한 서면답변과 통화에서 "주민센터에서 제출한 행사 계획과 목적대로 집행된 정산서를 확인하고 있다"며 "공사 내부 규정에 따른 지원금이 어떤 사업에 투입되는지, 어떻게 쓰이는지 등에 대한 운용 관리 주체는 지자체"라고 밝혔다.
지자체 감사 이어 국감서도 지적…시 '통합 행사'로 추진
이와 관련 김포시는 지난해 범대위에 대한 감사를 벌여 범대위의 지원금 집행이 지원사업 목적에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울러 시는 '지원 단체 자격 기준(지역주민 대표성 판단 기준 모호)'과 '지원행사 세부 기준 부재' 등 주민행사비 지원사업의 미비점을 보완해달라고 한국공항공사에 요청한 상태다.
해당 범대위의 부적절한 지원금 사용 사례는 앞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 김포 풍무동 사례는 '특정 단체, 소수 인원에 대한 주민행사비 지원'으로 항공기 소음피해 지원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어 위원회는 단체 운영비 사용과 선진지 견학 등을 지양하라고 요구했다.
효행상에 대해서도 전체 행사비의 60%(2022년 기준)인 450만 원을 순금열쇠를 사는 데 지출한 내역을 놓고 '환금성 높은 순금을 구매해 선정기준이 모호한 소수 인원에게 나눠주는 것이 사업 취지에 맞느냐'라는 질의가 이어졌다.
이후 공항공사는 풍무동에 공문을 보내 '기존 행사계획 변경 시 공사와 사전협의 후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김포시는 국감 결과와 공사 요청사항 등을 근거로 '주민행사비는 다수 주민 참여행사를 우선순위로 집행할 것'을 방침으로 정했다. 이를 위해 통장협의회와 발전협의회, 주민자치회 등 지역 단체들이 합동으로 다수 주민을 위한 행사를 개최할 계획을 세웠다.
김포시 관계자는 "여러 단체가 어울려 지원금 목적에 맞게 사용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코로나19 여파로 상대적으로 적은 인원이 참여하는 효행상이 잇따라 열렸지만, 수상자가 동 주민인지 여부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계속 개최하고 황금을 지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CBS노컷뉴스는 A 위원장 등 범대위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아무런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